양화가 공자를 알현하려고 했으나 공자가 만나주지 않자, 공자에게 삶은 돼지를 선물로 보냈는데, 공자도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사례하러 갔다가 도중에 그를 만났다.
‘논어’ ‘陽貨(양화)’의 1장이다. 陽貨는 노나라 季氏의 家臣이면선 권력을 마음대로 했던 陽虎와 동일 인물인 듯하다. 혹은 양화는 본래 孟氏로서 계씨의 가신으로 있었지만, 얼마 후 대부의 자리에 올라 노나라 정치를 멋대로 하였다고 한다.
양화는 공자로 하여금 자기 쪽으로 오게 해서 만나보려 했으나, 공자는 가지 않았다. 그러자 양화는 공자가 집에 없는 틈을 타서 삶은 돼지를 보냈다. 欲見의 見을 교정청본은 ‘현’으로 읽었다. 공자가 양화보다 덕이 높았으므로 양화가 공자를 알현하려 했다는 뜻으로 본 것이다. 歸는 보낼 饋(궤)와 같다. 豚은 어린 돼지이지만 ‘맹자’의 기록에 따라 蒸豚(증돈)으로 본다.
‘예기’에 따르면, 大夫가 士에게 선물한 것을 士가 자기 집에서 직접 받지 못했다면 大夫의 집으로 찾아가 사례해야 한다고 한다. 양화는 공자가 집에 없는 틈을 엿보아 삶은 돼지를 선물해서 공자로 하여금 와서 사례하게 만든 것이다. 공자도 양화가 없을 때 가서 사례하려 했는데, 길에서 양화를 만나고 말았다. 時其亡也의 時는 기회를 엿봐 틈을 탄다는 뜻이고 亡은 無와 같다. 遇諸塗의 諸는 ‘그를 ∼에서’이며, 塗는 ‘길’이나 ‘途中’이다.
陽貨가 공자를 만나려 한 것은 좋은 뜻이지만 결국은 공자로 하여금 자신을 도와 亂을 일으키게 하려는 데 불과했다. 공자가 그를 만나주지 않은 것은 義로운 행동이고, 양화가 없는 틈에 거처로 사례하러 간 것은 禮에 부합한다. 옛사람은 남과의 작은 만남에서도 義와 禮를 중시했으니 우리가 배울 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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