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제이와 20세기 성연구/조너선 개손 하디 지음·김승욱 옮김/596쪽·2만5000원·작가정신
혹벌을 따라다니느라 수천 km의 도보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던 곤충학자, 잘생긴 외모를 지녔지만 엄격한 가정환경 탓에 수줍음이 많았던 남자, 음반이나 식물 나비 등을 모으는 데 집착했던 수집광…. ‘남성 성행동 연구’ ‘여성 성행동 연구’를 통해 전근대적이던 20세기 전반 성에 대한 인식과 연구를 획기적으로 앞당긴 앨프리드 킨제이의 여러 면모다.
킨제이는 어린 시절 종교적이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사춘기를 거치며 성적인 욕구나 변화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고통을 받았다. 킨제이의 경험은 20세기 중반까지도 사회 전반에 보편적이었다. 성에 대한 연구 자체가 부도덕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그가 성 연구에 매진한 이유다. 그에게는 곤충을 연구하며 다닌 수많은 여행 덕분에 낯선 이에게서도 사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이 있었다. 특유의 수집벽을 발휘해 수천 명의 사례를 수집함으로써 연구의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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