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도 친숙하다. 눈에 익숙한 소나무가 뿌리내린 곳은 둥둥 떠 있는 섬이고, 거대한 날개에 여인의 얼굴을 가진 신비한 새가 보인다. 환상적이면서 충격적이다. 화려한 날개를 달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이 있고, 기이한 생명체가 아우성치는 지옥도 볼 수 있다.
음반 표지를 디자인하는 커버 아티스트로 출발해 다방면에서 세계적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영국 작가 로저 딘 씨(66)의 작품들이다. 6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회고전 ‘Dragon's Dream’은 창조적 상상력의 에너지로 충만하다. 전시장에는 ‘건’ ‘예스’ ‘유라이어 힙’ 같은 전설적 밴드의 앨범 커버를 장식했던 원화와 음반이 나란히 걸려 있고 ‘테트리스’ 게임의 로고, 버진레코드사의 레이블, 건축 모형 등도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초기작품을 “단순히 또 다른 세상을 비추는 ‘유리창’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1985년 ‘아시아’의 ‘아스트라’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면서 변화를 맞는다. 이때 그는 처음으로 캔버스에 그린 회화 작품을 커버에 사용했다.
홍콩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의 작품에는 용과 소나무, 바위가 종종 등장한다. 이런 동양적 소재들은 정교한 색채, 치밀하게 구성된 화면과 어우러지며 신비한 이야기가 녹아든 환상의 세계를 구축한다. 전시에 맞춰 내한한 그는 “앨범 커버를 디자인할 때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밴드 멤버들과 충분한 대화를 해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선 작품 감상과 함께 그가 커버를 디자인한 앨범의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더불어 강연과 재즈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2000∼5000원.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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