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수전에서 또 다른 이변의 주인공인 주형욱 5단. 그는 지금까지 이정우 7단, 김형우 3단을 넘었다. 그는 이제 가장 높은 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저 멀리 운무에 싸여 정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험한 산이다. ‘이창호 봉우리’를 넘는 순간 그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흑을 잡은 것이 주 5단으로선 다행일지 모른다. 적어도 초반 운영은 그가 구상해온 대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흑 7의 협공에 이창호 9단은 생각에 잠긴다. 포석의 골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협공을 받았으니 뛰어나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좀 싱거운 느낌이 든다. 흑이 요즘 흔히 쓰지 않는 두 칸 높은 협공을 들고 나온 것은 뭔가 연구가 있었을 것이다. 이 9단은 12분 넘게 생각한 끝에 백 8로 역협공해서 백 10으로 자리를 잡으며 흑의 의도를 거스른다.
주 5단도 여기서 뜸을 들인다. 온건책과 강공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결국 흑 11로 바짝 협공해 백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 길을 택했다. 이 9단도 장군에 멍군 식으로 백 18에 침입해 최강의 반격을 감행한다.
백 18은 참고도 백 1로 두면 무난하다. 흑 2로 지킬 때 백 3으로 걸치면 유연한 진행이다. 최근 이 9단은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길을 개척한다. 백 18로 뛰어들면 험로가 기다리고 있는데도 이 9단은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변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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