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모든 것이 비장애인을 위한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불편함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28일 홍콩과학기술원에서 만난 설치미술가 안필연 경기대 교수(50·사진)는 작품 기획 의도를 묻자 “어머니가 정말 명석하셨는데 정년퇴직하신 뒤 치매에 걸리셨다. 어머니를 보며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홍콩과학기술원이 진행하는 ‘공원 내 예술(Art in the Park)’ 행사의 일환으로 28일부터 다음 달 26일까지 설치미술품 ‘ADAMAO-Uncomplying Tunnel’을 전시한다.
안 교수의 작품은 길이 54m, 높이 2m의 종이상자로 만들어진 다각형 구조물로 관람객이 내부를 지나갈 수 있다. 관람객은 과자 포장용 은박지로 덮인 조형물 내부에서 착시현상을 느끼고 좁은 통로를 걸어가며 장애인의 어려움을 체험할 수 있다. 조형물 바깥에서는 불편함을 경험하고 난 뒤의 느낌을 녹음하게 된다.
작품을 만드는 데 쓰인 종이상자와 은박지는 크라운-해태제과가 제공했다. 안 교수는 크라운-해태제과가 과자를 만들며 글자가 잘못 인쇄된 상자들을 재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안 교수는 “조형물 안에 센서를 설치해 관람객이 지나가면 소리가 들리게 할 것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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