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66>子之武城하사 聞弦歌之聲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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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공자께서 무성에 가시어 현악에 맞추어 노래 부르는 소리를 들으셨다.
夫子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논어’ ‘陽貨’의 제4장은 정치의 본령에 대해 가르쳐 주는 일화를 수록하였다. 弦歌之聲이라는 성어와 ‘割鷄에 焉用牛刀리오’라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다. 弦은 거문고와 비파 등 올바른 고전음악을 연주하는 현악기를 말한다. 弦歌之聲은 올바른 음악의 음색을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고 현악기에 맞추어 노래 부르는 소리를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다. 요컨대 禮樂이 바르게 시행됨을 함축한다.

‘割鷄에 焉用牛刀리오’는 줄여서 牛刀割鷄라 하며,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큰 도구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 割鷄라고 하면 작은 재능을 시험해 보는 일로, 흔히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 일을 말한다. 옛날의 어떤 지방관은 집무 기록을 모아 ‘割鷄錄’을 엮기도 했다. 焉은 의문사인데, 여기서는 反語의 표현법이다.

어느 날 공자는 문인들을 데리고 제자 子游(자유)가 맡아 다스리는 武城으로 갔다. 之는 ‘가다’라는 뜻의 동사다. 武城은 노나라의 한 마을이다. 子游는 춘추시대 吳나라 사람으로 성은 言, 이름은 偃인데, 魯나라에 벼슬하여 무성의 수령이 되어 있었다. 무성에서 공자는 子游가 백성들에게 禮樂을 가르침으로써 그 작은 마을을 다스리고 있는 사실을 알고는 빙그레 웃었다. 夫子는 ‘선생’인데, 공자를 가리킨다.

莞爾는 동사 莞의 뒤에 ‘그러할 爾’를 붙여 의태어로 만들었다. 공자는 子游가 그릇된 통치기술을 사용했다고 비웃은 것이 아니다. 子游는 王佐(제왕을 보좌함)의 인물이거늘 고작 작은 마을을 다스린다고 애석해한 것이다. 세간 사람들이 인재를 몰라보는 것은 옛 일만이 아니다. 割鷄라고 할 수 있도록 각자에게 적절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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