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료는 고기 끊고 사느라 고생했다며 “오랜만에 한번 굽자”고 격려하기도 했고, 채식이 체중 감소 효과가 있다는 기사 내용에 “나도 채식이나 해볼까” 하며 아랫배를 쓰다듬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일반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로 소개한 독자는 채식주의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충을 호소하는 e메일을 보내오기도 했고, 채식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든 지상파 방송국의 한 PD도 e메일을 보내와 채식주의 실천에 도움이 되는 인터넷사이트를 알려줬습니다. “지금도 채식하고 있느냐”는 안부와 함께 말이죠.
이실직고하자면 저는 기사 마감과 동시에 육식의 유혹에 항복했습니다. 감칠맛 나는 육즙이 배어나오는 잘 구워진 고기 앞에서 채식이 건강에도 좋고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여준다는 사실은 먼 나라의 얘기처럼 들렸습니다. ‘도시락만 먹고 살 수도 없고, 채식하면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 하는 자기합리화의 목소리를 뿌리치기 힘들더군요.
그런데 한 국립대의 교수님이 보내 준 e메일 내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벨기에의 겐트 시가 지난해 5월부터 매주 하루를 ‘채식의 날’로 지정해 시 구내식당에서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시 주최 리셉션 음식도 모두 채식으로 제공한다는 제보였습니다. 이 도시는 현재 각급 학교로 채식 실천이 확산됐고 시민들에게는 채식이 가능한 식당의 위치가 실린 ‘채식지도’를 배포했다고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정의 화두입니다. 관공서 청사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득 우리나라에서도 관공서나 학교, 병원이나 회사 구내식당에서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채식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온실가스 발생량과 비만이나 심장병 등 육식으로 인한 각종 질환의 발생률도 낮출 수 있을뿐더러 주변 환경을 핑계로 슬그머니 채식을 포기한 저 같은 의지박약한 사람들도 다시 채식을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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