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자동차 129대를 부쉈다. 낱낱이 분해한 자동차 부품은 제작진의 손을 거쳐 악기로 다시 태어났다. 나란히 붙은 배기관은 실로폰이 되고 연료통은 박자를 맞추는 타악기가 됐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본격적인 제작에만 4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폐차장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퍼포먼스 ‘비트’의 악기가 탄생한 과정이다.
‘비트’의 첫 장면은 한 록 밴드의 콘서트 현장. 콘서트가 끝난 뒤 열기에 취한 밴드 멤버들은 차를 난폭하게 몰다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웬일인지 승천하지 못하고 자동차에 붙은 귀신이 된 멤버들. 폐차당할 위기에 처한 자동차를 지키려는 귀신들과 폐차장 직원 사이에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자동차로 만든 악기를 두들기면 흥겨운 한국 전통 타악 리듬이 흘러나온다. 여기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록 음악을 결합했다. ‘난타’ ‘점프’의 연출자였던 최철기 씨가 연출을 맡았다. 무대와 악기 디자인에는 김장훈, 이승환, 비 등의 콘서트를 맡았던 유재헌 씨가 활약했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 ‘쉬리’, 드라마 ‘아이리스’ 등의 음악을 작곡했던 이동준 씨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제작진의 풍성한 아이디어 덕분에 눈과 귀가 즐겁다. 무대 뒤편 세트에 매달린 보닛은 소재를 달리하고 뒤에 울림통을 달아 특수 제작한 것. 배우들은 보닛을 신나게 두들기며 전통 북춤과 비슷한 몸짓을 선보인다. 각기 음이 다른 클랙슨(경음기) 21개로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전동드릴의 윙윙거리는 소리까지 음악으로 소화했다.
줄을 몸에 감고 배우 두 명이 다양한 공중자세를 보여주는 플라잉 장면, 공연이 끝난 뒤 펼쳐지는 배우들의 록 공연도 눈길을 끈다. 수개월에 걸친 훈련 덕분에 기타, 베이스, 드럼 등을 연주하는 배우들의 실력은 웬만한 밴드 못지않다.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부터 대여섯 살 어린아이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3월 28일 오후 7시 공연에서도 가족단위 관객 비중이 높았다. 2만∼4만 원. 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02-501-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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