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바로크시대 공연처럼…

  • Array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주인공 5명 모두 여성 - 라틴어로 노래

주역가수 5명 전원 여성, 전원 외국인. 합창과 오케스트라는 한국 진용. 가사는 이탈리아어가 아닌 라틴어. 작곡가는 오페라보다는 협주곡집 ‘사계절’로 낯익은 안토니오 비발디. 이쯤 되면 어떤 점을 봐도 오페라 공연으로서 예사롭지 않다. 한국오페라단이 5∼7일 오후 7시 반 서울 충무아트홀 개관 5주년 기념 페스티벌 일환으로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비발디 ‘유디트의 승리’다.

‘유디트’라면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떠올리는 미술팬이 있을 것이다. 호화로운 옷차림과 도취된 눈빛을 한 여인이 남자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구약성서 ‘유딧기’에 나오는 내용을 형상화했다. 아시리아 군대가 이스라엘을 침략하자 유디트(유딧)라는 여성이 아시리아 장수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취하게 한 다음 목을 베었다는 이야기다. 성서를 소재로 한 만큼 이 작품은 본디 ‘오페라’가 아니라 ‘오라토리오(성서적 오페라)’로 분류됐다. 훗날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와 달리 연주회 형식으로 공연됐지만 비발디 시대에는 주로 무대 형식으로 공연됐다.

여성 남성 배역을 모두 여성이 노래하는 것은 모든 주요 배역을 여성의 음높이(레지스터)로 노래하곤 했던 바로크 시대의 관행에 따른 것이다. 유디트 역에 소프라노 티치아나 카라로, 메조소프라노 메리 엘렌 네시가 출연한다. 바로크 전문 실내악단인 카메라타 안티쿠아 서울이 반주한다. 지휘는 이탈리아인 조반니 바티스타 리곤이 맡는다.

이런 독특한 작품을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은 한국오페라단과 연출가 루이지 피치의 특별한 관계 때문. 한국오페라단의 주요 작품에서 연출을 맡아온 피치는 한국에서 먼저 이 작품을 연출한 뒤 7월 이탈리아 마체라타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선보인다. 한국 공연에서 사용할 의상과 세트도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온다. 1200석 규모의 충무아트홀을 선택한 것도 바로크시대 극장 규모에 더 가깝다는 판단 때문이다. 피치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극장 등 세계 최고의 극장들에서 오페라 500여 편을 연출해왔다. 3만∼31만 원. 02-587-1950, 02-2230-6624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