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식민지배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도쿄재판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합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초청으로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본 도쿄 재판’ 강연을 위해 방한한 도쿄재판 전문가인 아와야 겐타로(粟屋憲太郞·66·사진) 일본 릿쿄(立敎)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성균관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아와야 교수는 1983년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도쿄재판 당시 비밀문서를 발굴한 것이 인연이 돼 30년 가까이 도쿄재판에 매달려 왔다. 그의 연구 결과는 전후 일본사 전문가인 존 다우어의 저서 ‘패배를 껴안고’에도 수없이 인용되고 있다.
도쿄재판의 정식 명칭은 ‘극동국제군사재판’.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전쟁범죄자들을 심판했던 재판으로 1946년 5월 3일 심리를 시작해 1948년 11월 12일까지 진행됐다.
아와야 교수는 “재판을 주도한 미국 등 연합국의 의도는 어느 정도 관철됐지만 식민지 피해국인 한국은 재판에 참여하지 못해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은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쇼와 일왕에 대한 전쟁범죄 면책, A급 전범에 대한 관대한 처분, 731부대의 세균·화학적 및 인체실험에 대한 면책 등은 한계라고 덧붙였다.
아와야 교수는 도쿄재판의 전범 선정 과정 등을 연구한 후 2006년 ‘도쿄재판으로 가는 길’을 출간해 일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우파들은 도쿄재판의 적법성을 거론하며 이를 자꾸 회피하려 한다”며 “도쿄재판을 회피하면 전쟁 책임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비판했다.
도쿄재판 자체에 대한 일본의 관심도 부족하다. 아와야 교수에 이어 도쿄재판 등을 연구하는 학자는 현재 10여 명에 불과하다. 그는 “그래도 후속 연구자들이 등장해 A급 전범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B, C급 전범에 대한 연구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평소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밝혀온 그는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모은 또 다른 저서 ‘도쿄재판’을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과서를 통해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전쟁 범죄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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