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곳에 사는 부자 영감님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하루는 영감님이 딸들에게 “너는 누구 복에 잘 먹고 잘사느냐?”라고 물었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아버지 덕분이죠”라고 상냥하게 대답했지만, 셋째는 “내 복에 잘 먹고 잘살지요”라고 답했다. 화가 난 영감님은 셋째를 집에서 내쫓았다.
셋째는 산 넘고 물 건너 정처 없이 걷다가 산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때 반짝반짝 빛나는 오막살이가 보였다. 셋째는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고, 숯을 구워 팔아서 늙은 어머니와 살아가는 총각은 셋째를 받아주었다. 오두막에서 하루를 묵은 셋째는 총각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하루는 셋째가 남편의 일을 도우러 숯가마에 갔더니 이게 웬일인가? 숯가마의 이맛돌(아궁이 위나 앞에 가로로 걸쳐 놓은 긴 돌)이 모두 금덩이였다. 셋째는 남편에게 “이맛돌을 빼서 장에서 팔면 더 잘살게 될 것”이라며 “‘제값만 쳐서 주시오’라고 말하라”고 일렀다.
남편은 시장에 나가 금덩이를 펼쳤다. 지나던 돈 많아 보이는 이가 “천 냥에 파시오”라고 말했다. 남편은 이 사람이 너무 비싸게 부른다는 생각에 “제 값만 쳐서 주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엔 “삼천 냥이면 되겠소”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금덩이를 모두 팔아 셋째네는 열두 대문이 있는 청기와집을 가진 부자가 됐다.
하지만 부자 영감님은 웬일인지 가세가 기울어 거지가 됐다. 하루는 영감님 내외가 길을 지나다 큰 부잣집에 이르렀다. 영감님이 밥을 얻어먹으려고 대문을 열자 ‘복남아’라는 소리가 났다. 영감님 내외는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복남이는 바로 셋째의 이름이었다. 이 광경을 종에게 전해 들은 셋째는 부모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이 이야기는 평안북도 등에 전해 내려오는 구전설화를 저자가 다듬은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 “옛날 여자들은 아버지나 남편에게 기대어 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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