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서가’에 꺼내볼 만한 책이 없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7일 03시 00분


교보문고-인터파크 등
잇 달아 시장 뛰어들었지만
콘텐츠 다양하지 않아 고민
“인세 문제 등 해결 안된 탓”

《7일 출간되는 소설가 박범신 씨의 신작 ‘은교’를 바라보는 출판계의 시선이 각별하다.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동시에 나오기 때문이다. 중량감 있는 작가의 작품이 전자책으로 동시 출간되는 사례는 드물다.
동시 출간은 고사하고 전자책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작품 자체가 많지 않다.》
교보문고와 인터파크도서의 전자책 코너에서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검색해 보면 콘텐츠 부족 현상을 쉽게 알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황석영 씨의 전자책은 만화로 제작된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정도다. 김훈 씨의 작품도 만화 ‘칼의 노래’밖에 없다. 신경숙 씨의 작품은 소설 ‘J이야기’, 시집 ‘비처럼 내리고 싶다’가 검색된다. 그나마 있는 주요 작품도 대부분 출간된 지 5년 이상 된 책이다. 교보문고가 2월 초 단말기 ‘SNE-60K’를 내면서 “전자책 6만5000종을 확보했다”고 한 자랑이 무색할 정도다.

3월 말 단말기 ‘비스킷’을 내놓은 인터파크도서도 “전자책 2만5000종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읽을 만한 콘텐츠가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문학의 경우 ‘수도원 기행’ ‘고등어’ 등 공지영 씨의 작품이 10권가량 판매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황석영 신경숙 은희경 김연수 씨 등 상당수 인기 작가의 작품은 한 권도 없다. 판매량 상위에 올라 있는 작품은 ‘초가’(이육사) ‘쾌락’(한용운) ‘최후’(이상) 등 무료로 제공하는 근대소설이다.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의 전자책 콘텐츠를 통합 관리하는 한국출판콘텐츠의 신경렬 대표는 “출판사와 저자, 유통업체 사이에 전자책 출간에 관한 2차 저작권 문제, 인세 문제 등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출판계가 제대로 전자책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작품의 경우엔 최근작을 찾아보기 힘들다. 교보문고의 영미소설 전자책 판매 상위권은 ‘1984’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주홍글씨’ 등 고전이 상당수다. 이소영 열린책들 편집장은 “외국 출판사들은 한국에서 전자책 판매량이 정확하게 집계될지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다른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보문고의 인문분야 전자책 판매 상위권에는 ‘심리학 오디세이’ ‘나만 모르는 내 성격’ 등 심리 관련 책이 12권이나 올라 있다.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고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전자책 제공업체의 콘텐츠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북큐브에서 내세우는 인기 문학작품은 ‘그건 사랑이었네’ ‘야망의 제국’ ‘동티모르를 넘어서’ 등이며 텍스토어의 판매량 상위 소설은 ‘앵커리지 공항에서의 살인’ ‘아내 지키기’ ‘살인을 부르는 안개’ 등이다.

전용 단말기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와이파이(Wi-Fi) 무선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교보문고의 SNE-60K, 3세대(3G) 이동통신망을 활용하는 인터파크의 비스킷 등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단말기가 잇따라 나왔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콘텐츠 부족 현상이 전자책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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