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구열만큼 뜨거운 예술열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8일 03시 00분


언론학자 강현두 교수
세번째 수채화 전시회

언론학자인 강현두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린 수채화 ‘위안부 할머니’. 사진 제공 강현두 씨
언론학자인 강현두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린 수채화 ‘위안부 할머니’. 사진 제공 강현두 씨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를 촉구하는 수요 집회에 참여한 할머니, 유조선 충돌로 오염된 태안 앞바다를 살리기 위해 모여든 자원봉사자, 극심한 식량난으로 굶주림에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

14∼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강현두 서울대 명예교수(73)의 ‘인간, 일상 그리고 소통’전은 그들의 이야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언론학 교수로 정년퇴임 후 10년 전 붓을 잡은 이래 세 번째 마련한 수채화 전시다.

“지구촌 풍경을 주제로 한 지난번 전시와 달리 이번엔 세상 사람의 이야기로 시사적 담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오랫동안 저널리즘을 공부한 탓인지 아직도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예술가도 사회와 무관할 수 없다. 나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남과 더불어 생각하고 싶은 사회적 차원의 문제를 교감하고 싶었다.”

‘하늘이 내린 보너스 인생’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에 바치리라 생각하고 들어선 화가의 길. 인생에 대한 사색과 관조가 담긴 작품은 이제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다. 미술평론가 장준석 씨는 “그의 작품은 수채화다운 맛이 흐르면서도 대상을 표현함에 있어서 개성과 자존감이 흐른다”고 평했다. 삶의 굴곡이 담긴 장터 할머니의 주름진 이마, 힘든 노동을 마친 뒤 소박한 식사를 즐기는 중국 노동자들의 순박한 표정, 나는 누구인가를 사색하는 듯한 아프리카인의 얼굴이 꼼꼼한 붓질로 재현돼 있다.

“그냥 사람을 그리고 싶어 시작했는데 인물화가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으면 겁나서 안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까다로울수록 도전이니까 끝까지 노력하는 거다.”

날마다 대여섯 시간 이상을 꼬박 그림과 씨름해 온 강 교수. 지금까지 학문을 대하는 자세가 그랬듯이 그는 오로지 끈기와 열정으로 그림의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02-399-1163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