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술 흥에 취해 한바탕 놀듯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 ‘사랑방 풍류’ 공연 12일부터

무형문화재 명인들 출연
대본-연출 없이 즉흥 한마당

사랑방 풍류 공연을 앞두고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이태백 원장현 양길순 명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사랑방 풍류 공연을 앞두고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이태백 원장현 양길순 명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대본도 없고 연출도 없다. 술 한잔 놓고 얘기를 나누다 흥이 나면 소리를 하고 춤을 춘다.

옛 사랑방의 풍류를 만끽할 수 있는 인간문화재 명인들의 공연이 열린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12∼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개최하는 ‘오정해와 함께하는 사랑방 풍류’. 참가 명인들이 각본 없이 자신의 기분에 맞춰 놀듯이 판을 벌이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다.

문화재보호재단의 조진영 공연전시팀장은 “그동안 전통공연은 대본과 연출, 무대와 조명 속에 명인들의 흥을 가둔 것이었다”며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기존 공연의 틀을 깨는 새로운 공연마당을 마련했다”고 공연 기획 취지를 밝혔다.

이번 공연엔 김일구(판소리 인간문화재) 김청만(판소리고법 인간문화재) 임이조 씨(승무 전수조교), 정철호(판소리고법 인간문화재) 정명숙(살풀이춤 인간문화재) 정순임 씨(판소리 인간문화재), 원장현(국립국악원 지도위원) 양길순(살풀이춤 전수조교) 이태백 씨(진도씻김굿 이수자)가 세 사람씩 조를 이뤄 각각 이틀간 출연한다.

이 같은 형식의 공연이 처음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전북 전주시와 서울을 오가며 공연을 하던 중 한 뒤풀이 자리에서 김일구 김청만 임이조 명인이 아이디어를 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술 한잔하면서 우리 스스로 흥이 넘치는 공연을 하고 싶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그렇게 놀면서 사랑방 공연을 하고 싶다.”

예전 사랑방에서의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풍류문화를 만끽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번 공연무대는 병풍을 치고 평상을 놓아 사랑방처럼 꾸민다. 공연에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명인들이 모여 차 마시고 술 마시며 흥이 나면 흥이 나는 대로 기분에 맞춰 연주하고 춤을 춘다. 참가 명인들은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여러 개씩 가져와 신명에 맞춰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고 소리를 하기로 했다.

공연시간 제한도 없어 명인들이 하고 싶을 때까지 하면 된다.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올 수도 있다. 다만 분위기를 위해 국악인 오정해 씨가 사회자 역할을 맡는다. 흔히 보아온 공연 사회자가 아니라 평상에 같이 앉아 대화를 함께 나누며 공연의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이다.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이 바로 붙어 있어 관객과의 대화도 가능하다.

조 팀장은 “참가하는 명인이 모두 술을 좋아하고 성격이 호방하다”며 “사실 새로운 시도라서 걱정도 많지만 워낙 끼가 많은 분들이어서 공연이 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02-3011-2160, 1544-1555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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