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5월 중국 둔황(敦煌)의 16호 석굴. 왕도사라는 사람은 우연히 석굴의 벽 속이 비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궁금한 마음에 벽을 무너뜨려 보니 작은 방이 나타났고 거기 엄청난 양의 고문서가 쌓여 있었다.
한문, 티베트어, 산스크리트어, 소그드어, 호탄어, 쿠처어, 투르크어, 팔라비어, 아라비아어, 몽골어 등으로 된 문헌들, ‘시경’ ‘주역’과 같은 경서부터 불교 문헌, 조로아스터교 등 각종 종교의 경전, ‘왕오천축국전’ 같은 역사지리서…. 세기의 대발견이었다. 실크로드의 요지였던 둔황은 그렇게 동양학의 보고가 되었다.
이 책은 중앙아시아사 연구의 권위자가 쓴 둔황 개설서다. 둔황 문서의 발견 과정, 이를 입수하려는 서구열강의 치열한 경쟁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당시 열강들의 경쟁은 둔황에 대한 관심이기도 했지만 제국주의의 문화재 침탈이기도 했다.
둔황의 가치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던 19세기 말∼20세기 초뿐만 아니라 그 이전 둔황의 흥망성쇠도 함께 소개한다. 둔황 변경지역 민족들의 부침, 둔황에 불교를 전하고 부흥시킨 고승 등 둔황과 관련이 있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둔황이 왜 실크로드의 요지가 됐는지 알 수 있다. 평이한 문체, 풍부한 사진 자료가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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