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문부과학성)가 5종의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했다고 기술하거나 지도에서 자국 영토임을 명확히 표기하도록 했다. 이는 일본이 독도 침탈 야욕을 드러내며 자국 중심의 역사 교육을 강화해온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2009년 개정 고교교과과정’을 통해 사실상 국사 과목을 배우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한일 양국 정부의 국사 교육의 현실이 이렇게 엇갈린다.
한국과 일본의 전후(戰後) 역사교육 학습지도서를 비교한 결과, 일본은 자국 중심의 역사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찬희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 등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에 참여한 7명의 연구자들은 12일 출간한 ‘한일 역사과 교육과정 비교연구’ 논문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같은 일본의 국수주의적 역사 교육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사 관련 과목을 전부 선택과목으로 바꾼 고교 교육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습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2009년 개정교육과정’은 2011년 적용을 앞두고 있으며 이에 맞춘 교과서 검증 결과가 7월에 나온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군국주의 부활을 염려하는 주변의 시선으로 역사 교육 방향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차츰 자국 중심의 역사 교육을 강화해왔다. 특히 1989년 초등학교 학습지도요령에서 일본의 국수주의적인 신화를 전후 처음으로 취급하고, 근현대사의 대외침략 전쟁을 ‘국력 확충과 국제적 지위 향상’으로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2009년 고교 학습지도요령에서는 ‘일본인’이라는 표현을 ‘일본 국민’으로 바꿔 역사교육을 통해 국민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역사과목 선택제로 운영 작년 수능서 10%만 선택 필수 과목으로 다시 바꿔야
이 연구위원은 “일본은 군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하는 1982년의 역사교과서 검증 통과로 주변국과 큰 마찰을 겪은 후 주변 국가를 배려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개선의 경향을 보였으나 2001년 이후 이른바 ‘후소샤 교과서’ 이후 다시 1980년대로 회귀했다”고 총평했다.
한국은 광복 직후 식민주의 탈피를 위해 역사교육을 강조했고, 1970년대에는 자국 중심의 역사 교육을 강화해나갔다. 그러나 일본이 국수주의를 강조하던 1980년대, 모든 교육과정과 국가고시에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던 제도를 없앴다. 이어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한국 중심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과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역사 교육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 같은 방향은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동아시아’ 과목이 고교 선택과목으로 신설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일 양국은 국사 과목의 내용뿐만 아니라 운영 방식에서도 차이가 났다. 한국은 최근 고교에서 역사 과목을 선택제로 운영하면서 이를 배우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본은 사실상 대부분의 학교가 일본사를 선택하고 있다. 송상헌 역사교육연구회장(공주교대 교수)은 “일본이 국수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외형상 선택제를 하지만 대부분 고등학교가 일본사를 선택하고 있어 일본 학생들이 자국사를 배우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9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 관련 과목으로 시험을 치른 학생은 전체 수험생의 10%에 불과하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역사는 국어와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정체성 형성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인데 국사를 사회과로 통합한 체제가 과연 옳은 것인지 우리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며 “역사 관련 수업시간을 좀 줄이더라도 독립된 교과로 만들어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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