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LG아트센터는 지금까지 모두 8편의 국내 연극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대부분 번역·번안극이거나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작품이었다. 창작초연 작품은 요즘은 영화감독으로 더 바쁜 장진 씨가 쓰고 연출한 작품뿐. 2000년 ‘박수칠 때 떠나라’와 2002년 ‘웰컴 투 동막골’이다.
그 LG아트센터가 모처럼 창작초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20∼25일 공연하는 ‘토너먼트’다. 2004년부터 작가와 연출가로 호흡을 맞춰오다 부부의 인연을 맺은 한아름-서재형 콤비의 신작이다.
활동 이미지극을 표방한 ‘죽도록 달린다’(2004년)와 대본의 지문과 해설을 대사화한 ‘호야(好夜·2008년)’ 등 이들 콤비의 작품은 신선한 실험정신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기존 아날로그적 공연문법을 해체하고 디지털 영상세대의 감수성에 부합하는 형식실험을 펼쳐온 것이다. 하지만 영상문법에 지나치게 침윤됐다거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수성에만 호소한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번 작품은 경쟁사회에서 도태된 ‘루저’의 애환을 잔잔하게 담은 정극(正劇)으로 승부를 겨룬다.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를 1년 앞둔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 변에서 포장마차를 차린 전직 펜싱선수 택기(민대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알피니스트 택진(조한철), 가수지망생 택현(오찬우) 3형제의 이야기다.
스포츠 대전방식 중에서 승자만 다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토너먼트’는 1986년 아시아경기를 전후해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사회가 된 한국사회를 상징한다. 그 경쟁의 대상이 익명의 다수라는 점에서 얼굴보호대로 얼굴을 가리고 경기를 치르는 펜싱을 선택했다. 극중 출연배우들의 땀내 나는 펜싱 장면이 기대를 모은다. 무대미술을 직접 맡은 서재형 씨는 2000년 ‘박수칠 때 떠나라’ 이후 연극공연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조립식 회전무대를 활용해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1층 570여 석에 한해 관객을 받는다. 전석 4만 원.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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