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지방의 명품 자전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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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묵향 묻어나는 경포대 지나…
봄꽃 아우성인 섬진강 건너…

한강을 중심으로 꾸며진 서울의 자전거도로 못지않게 지방에도 명품 자전거도로들이 조성돼 있다. 경기 시흥시 장곡동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연꽃테마파크를 거쳐 물왕저수지에 이르는 7.5km의 ‘그린웨이(green-way)’는 시흥시가 자랑하는 자전거 여행 코스. 거리상으로만 본다면 전문 라이더들에겐 다소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가족, 연인과 함께 떠나는 자전거 여행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

그린웨이는 시흥갯골생태공원 입구에서 시작한다. 그린웨이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연꽃을 재배한 관곡지에 닿는다. 조선시대 농학자인 강희맹 선생이 세조 9년(1463년) 중국 난징(南京)에 있는 전당지(錢塘池)에서 연꽃 씨를 채취해 이곳에서 연을 재배했다고 한다. 관곡지를 지나 계속 달리면 ‘민물낚시의 천국’이라는 시흥시 최대 규모의 담수호 물왕저수지가 펼쳐진다. 자전거로 월곶포구와 옥구공원을 거쳐 오이도까지 다녀올 수 있다. 옥구공원 일대는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옥구공원까지는 13km 정도이며 오이도까지는 다시 3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강원 강릉시에서는 ‘안인∼정동진∼심곡∼금진’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달려보는 것도 좋다. 영동지방의 관문인 강릉에는 문화유산이 많다. 시인 묵객들이 찬미한 경포대,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의 공간인 오죽헌, 강릉 최대의 한옥인 선교장, 참소리축음기박물관 등이다. 자전거를 따라 이런 문화 공간을 즐기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특히 벚나무가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경포호는 4월 중에 가보는 것이 좋다. 벚꽃 흩날리는 자전거도로를 달리며 봄을 만끽할 수 있다.

문화유산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경북 경주는 ‘자전거 천국’이다. 유적을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곳곳에서 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대릉원에서 첨성대까지는 길어야 10분 정도지만 꽃길로 조성돼 있어 자전거를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계림, 안압지를 거쳐 국도 7호선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국립경주박물관에 도착한다. 박물관에서 반월성 뒤편 남천을 따라 이어지는 1km는 인적 뜸한 내리막길이어서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 경주는 대체로 평탄하고 공기가 맑아 2시간여 자전거를 타도 숨이 차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전남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섬진강변 주변은 서울의 한강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인공 구조물들이 거의 없는 이곳은 4월 내내 봄꽃의 항연이 이어진다. 곡성 청소년 야영장에서 시작되는 3개의 자전거 코스도 달려볼 만하다. 청소년 야영장 주변에는 천문대와 가정역, 신라 구산선문 중 하나인 태안사, 한국의 비경을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김종권 남도사진전시관, 섬진강 기차마을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충청 지역에서는 보령, 서천, 홍성, 태안, 당진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투르드 충남여행’이 꼽힌다. 서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몽산포, 청포대, 천리포 해수욕장과 채석포, 천리포 수목원, 안흥항, 일몰 전망대, 학암포 등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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