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선곡-폭발적 가창력… 새 별들의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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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차 예선

1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차 예선에서 이프게냐 샤베르도바 씨(미국·메조소프라노)가 차이콥스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를 노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1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차 예선에서 이프게냐 샤베르도바 씨(미국·메조소프라노)가 차이콥스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를 노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제6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차 예선이 열린 16, 17일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은 젊은 성악가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19개국 56명의 성악가는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각 한 곡씩으로 예술성과 극적인 표현력을 시험 받았고 8개국 31명의 2차 예선 진출자를 가렸다.

참가자 중에는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한 실력자가 많았으며 전반적인 준비상태가 매우 충실해 어느 때보다도 수준 높은 경연이 이뤄졌다. 1차 예선이었으나 안전한 코스를 택하기보다는 과감한 선곡으로 심사위원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길을 택한 참가자가 많았다. 파바로티도 어려워했다는 도니체티 ‘연대의 아가씨’ 아리아를 들고 나온 테너가 있는가 하면 다른 콩쿠르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오텔로’의 테너 아리아나 ‘가면무도회’ ‘운명의 힘’ 등의 드라마틱한 소프라노 아리아들이 이어져 극적 열기를 더했다. 저마다 실제 오페라 무대에 선 듯 거침없는 연기와 뜨거운 감정이 실린 폭발적인 목소리로 감동을 주었다.

한 무대에서 서정적인 가곡과 극적인 오페라 아리아를 동시에 불러야 했기 때문에 두 곡 사이의 스타일과 해석의 간극을 해결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였다. 호흡이 긴 오페라 아리아를 앞에 두고는 비교적 짧고 기교적인 가곡을 선곡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슷한 분위기의 아리아와 가곡을 골라 일관된 표현력을 유지하고자 한 참가자도 있어 감상의 흥미를 높였다.

올해 콩쿠르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전설적인 거장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다. 심사위원장인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을 필두로 메조소프라노 피오렌차 코소토,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 등이 한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은 성악 팬들의 찬탄을 자아낼 정도다. 이 밖에 한국이 낳은 위대한 오페라 가수인 베이스 연광철 교수, 바리톤 고성현 교수 등 중량급 심사위원들의 존재가 콩쿠르 현장의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이처럼 20세기의 대표 거장들을 심사위원으로 초빙해 21세기 오페라 무대를 책임질 차세대 거장들을 뽑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이번 콩쿠르는 의미심장하다. 평생을 무대 위에서 노래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대가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미래의 대가들을 살폈고, 참가 성악가들도 이들의 명성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기량을 펼쳤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어지는 성악 예술의 거대한 역사적 전환점을 최전선에서 직접 바라보는 느낌이 더욱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황지원 오페라 칼럼니스트·문화공장 대표

○ 제6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남은 일정

▽2차 예선=19, 20일 오후 2시 ▽준결선=22일 오후 2시(이상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 1만5000원) ▽결선=24일 오후 3시 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만5000∼3만 원, 02-587-6482∼4, www.donga.com/concours/seoul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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