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세계를 움켜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인천대교 전망대 ‘오션 스코프’
독일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대교 전망대 ‘오션 스코프’. 이 건축물은 최근 독일 ‘레드닷 어워드’ 디자인 공모전에서 한국 최초로 건축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 제공 AnL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대교 전망대 ‘오션 스코프’. 이 건축물은 최근 독일 ‘레드닷 어워드’ 디자인 공모전에서 한국 최초로 건축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 제공 AnL
한국에서 30대 중반의 젊은 건축가가 실물 프로젝트를 설계할 기회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1월 세워진 인천대교 전망대 ‘오션 스코프(Ocean Scope)’는 건축가 안기현 씨(34)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민수 씨(31)의 첫 실시(實施)작업 성과물이다.

이 시설물이 최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최하는 ‘레드닷 어워드’ 디자인 공모전에서 건축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 건축가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1955년 만들어진 레드닷 어워드는 독일 iF, 미국 IDEA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건축·인테리어를 포함해 제품, 광고 등 17개 부문별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는 57개 나라에서 출품한 4252개 작품이 경쟁을 벌였다. 부문별 최우수상 수상자는 1∼4명. 안 씨와 이 씨는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건축가들과 함께 최고상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스위스 바젤에서 4월 12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리는 수상작 전시회에 참가한 안 씨와 19일 밤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얼떨떨하죠. 첫 실물 작품이라 ‘기념이다’ 싶은 마음에 응모 홈페이지에 등록했는데 덜커덕 상을 받아 버린 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사진이 실물보다 나아요. 풍경 덕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하하.”

디자인 의뢰를 받은 것은 2009년 11월. 디자인 시작 한 달 만에 착공해 올해 1월 20일 완공했다. 물류도시를 상징하는 재료인 컨테이너를 이용해 다리 끝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다. 경쟁작들이 컨테이너들을 이리저리 겹쳐 쌓거나 교차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두 사람이 제안한 ‘오션 스코프’는 ‘컨테이너는 평평하게 놓고 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컨테이너 다섯 개를 바닷가에 살짝 흩뜨려 놓은 것처럼 배치하고 끝 부분이 바다를 향한 3개를 각각 10도, 30도, 50도로 기울였다. 10도로 완만하게 기울어진 컨테이너는 바다, 30도 기울어진 컨테이너는 하늘과 바다, 50도 기울인 컨테이너는 하늘을 사각 프레임에 가득 담은 공간이 됐다.

“전망대는 무언가를 통해 넘겨다보는 틀을 제공해서 풍경을 더 풍성하고 다이내믹하게 만들어 주는 시설이잖아요. 디자이너가 의도한 시선을 통해서 풍경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공간. 바다를 찾은 사람들의 기억에 제가 내민 시선이 남는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해요.”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한 안 씨는 2009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벨기에에서 영국 건축가와 함께 건축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그는 “엉겁결에 첫 단추부터 주목을 받게 돼 부담스럽다. 다음 작업은 좀 더 찬찬히 세밀하게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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