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스산한 반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 이창호 9단 ● 홍기표 4단
결승 5번기 1국 8보(146∼176) 덤 6집 반 각 3시간

대국 당일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봄을 재촉하는 비라고 하기엔 바람이 쌀쌀했다. 낮게 깔린 먹구름은 스산해보였다.

반상에서도 흑의 날씨는 잔뜩 흐리고 비가 내렸다. 중반 무렵 맑고 화창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옷깃을 여밀 정도로 춥다.

흑 47은 수상전의 요령. 이 수로 인해 좌상 귀를 조여 붙일 수 있다.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흑 65가 선수고 흑 71, 73으로 두 점을 잡는 것, 81로 한 점 잡는 것 역시 선수다. 백은 72, 80처럼 제 집을 메우며 흑을 따내야 하기 때문에 18집밖에 나지 않는다. 흑은 조여 붙이면서 얻는 이득이 산술적으로만 10집은 된다. 결국 귀의 백집은 8집이 난 것에 불과하다. 백의 입장에선 피눈물 나게 당하는 건데 우하귀에서 넉넉하게 벌어놓은 탓에 걱정이 없다. 이같이 흑이 좌상귀에서 이득을 보는 수단이 남아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우하귀에서 잘 뒀으면 굉장히 미세한 형세였을 것이다. 수순 중 백 78은 참고도 백 1이 역끝내기 4집으로 가장 컸다. 흑 2면 백 3으로 실전보다 백이 이득.

이후에도 흑은 계속 끝내기를 하며 버텼다. 생애 첫 결승, 첫판에서 일찍 돌을 놓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전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홍 4단은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했다. 시간은 오후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홍 4단은 백 234를 본 뒤에야 돌을 던졌다. 이후 수순은 총보.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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