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代 돼야 ‘홀가분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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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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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대 땐 공부-자기계발… 30, 40대는 자녀교육 신경…

《한 사람의 ‘독서인생’은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으로부터 시작한다.
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 직접 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읽고 싶은 책만 읽을 수 있는 시기는 잠시뿐이다.
공부에 신경을 써야 할 나이가 되면서부터 ‘읽어야 하는’ 책이 생기기 때문이다.
각종 학습서다. 성인이 된 뒤에도 외국어나 자기계발서를 읽고, 자녀의 학습서를 내 책보다
먼저 챙기는 등 진정한 의미의 독서를 하기 어렵다.》
교보문고 1년간 연령별 책 구매 경향으로 본 한국인의 ‘독서 인생’


23일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 콘텐츠 개발팀의 ‘2009년 연령대별 책 구매 경향 분석’을 토대로 한국인의 ‘독서인생’을 살펴본 결과 ‘내가 읽고 싶은’ 책만 골라 읽는 것은 50대에 들어서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팀의 조정미 파트장은 “자녀의 책을 사주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책 구매가 곧 독서와 연결되기 때문에 구매 통계를 통해 독서 경향을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인 8∼13세가 되면 벌써 ‘공부’가 독서인생에 개입한다. 책 구매가 많았던 분야는 아동, 중고학습, 만화였다. 중고학습 분야가 두 번째를 차지한 것은 선행학습 때문이다. 학생들은 ‘쎈 수학 중1’을 비롯해 수학 학습서를 많이 구입했다. 이때부터 남녀의 독서 경향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남녀 어린이가 아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산 책은 각각 ‘마법 천자문’과 ‘내일은 김연아’였다.

중고등학생 때인 14∼19세 때는 중고학습 분야가 단연 1위다. 남녀 구분 없이 EBS 수능교재를 가장 많이 구입했다. 그나마 두 번째로 많이 구입한 분야가 소설로, 공부를 하는 틈틈이 ‘엄마를 부탁해’ ‘신’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에는 새로운 학습서가 기다리고 있다. 영어 공부 학습서다. 가장 많이 팔린 교재는 ‘해커스 토익 reading’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20∼24세 남자 1위, 여자 2위가 중고학습서라는 것. 조 파트장은 “재수를 하거나 과외 교습을 위해 많이 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20대 후반의 여성에게선 잠시 독서다운 독서가 나타난다. 25∼29세 여자는 외국어를 밀어내고 소설을 가장 많이 샀다. ‘엄마를 부탁해’ ‘1Q84’ ‘더 리더’를 많이 읽었다. ‘그건 사랑이었네’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같은 에세이도 인기였다.

30대 남자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지혜를 책에서 구했다. 30∼39세 남자가 가장 많이 산 책은 ‘넛지’ ‘4개의 통장’ ‘일본전산 이야기’ 등 경제·경영 도서였다.

30대 여성의 독서인생에는 ‘자녀’ 변수가 개입하기 시작한다. 30∼34세 여자가 가장 많이 산 책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과가 쿵’ 같은 유아도서였다. 35∼39세가 되면 여자의 머릿속에는 온통 자식밖에 없다. 1∼3위가 아동, 유아, 초등학습 분야였다.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는 자녀와 함께 입시전쟁을 치르는 기간. 남녀 모두 중고학습서를 가장 많이 샀다.

자녀 변수에서 벗어나는 것은 50대 중반부터. 55∼59세 남자의 책 구매 순위는 경제·경영, 인문, 시·에세이 순이었고 여자는 시·에세이, 인문, 종교 순으로 학습서가 순위에서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엔 경제·경영 도서가 1위에 올라 이 연령대까지도 여전히 현실적인 경쟁에 시달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남자들이 그 와중에도 틈틈이 읽은 인문서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고민하는 힘’ ‘청춘의 독서’ 등이었다.

60세를 넘기면 남자의 독서인생에서도 경제·경영이 사라지고 종교가 순위에 진입한다. 남녀 모두 시·에세이를 가장 많이 읽는다.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김열규 교수의 ‘노년의 즐거움’, 스웨덴 신학자 스베덴보리가 쓴 ‘스베덴보리의 위대한 선물’ 등이 인기였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동아닷컴 인기화보 》

▼23일 ‘세계 책의 날’ 행사

공지영 낭독회 갈까~ 김연아 사인회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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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23일)을 맞아 낭독회와 독자사인회, 장미꽃 나눠주기 등 다양한 행사가 전국에서 열린다.

한국출판인회의는 23∼30일 ‘작은 서점은 나의 정겨운 서재’ 캠페인을 펼친다. ‘우리 동네 서점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책의 날 특별 판매대 설치, 행사도서 50% 할인, 장미꽃 선물 행사를 서울 경기 강원 등 전국 60여 개 지역 서점에서 연다. 02-3142-2333∼6

23일 오후 3시 경기 성남시 분당의 이매문고에서는 소설가 공지영 씨의 독자 사인회와 낭독회가 열린다. 같은 시간, 강원 춘천시 광장서점에서는 소설가 이순원 씨가, 전북 군산시 한길문고에서는 시인 김용택 씨가 참여한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북 쇼’를 연다. 가수 박정아 씨가 진행하고 안재우 극단 친구 대표가 ‘강아지똥’을 복화술로 낭독한다. 낭독 도서와 학용품을 참여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도 열린다. 02-2669-0746

교보문고는 2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교보문고 영등포점에서 독자 550명을 초청해 ‘김연아와 함께하는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연다.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김연아 선수의 사인회도 열린다. 30일 오후 7시에는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23층에서 소설가 이문열 씨를 초청해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 성우 이정구 씨와 함께 소설 ‘불멸’ 낭독회를 연다. 1544-1900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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