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공간이동… 시간여행… 꿈에 다가서는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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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불가능은 없다/미치오 카쿠 지음·박병철 옮김/496쪽·2만3000원·김영사

《미국 공상과학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커크 선장은 위험한 순간이 닥칠 때 “보호막 작동”을 명한다. 보호막(역장·力場)이 펼쳐지면 적의 레이저 광선이나 로켓포는 무용지물이 된다. 보호막을 비롯해 많은 공상과학 이야기에 등장하는 공간이동(물체전송), 웜홀여행(초광속여행), 시간여행, 투명인간 등은 공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광속 이상으로 여행할 때 우주비행사의 눈에 보일 우주 공간을 묘사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상상도. 동아일보 자료 사진
광속 이상으로 여행할 때 우주비행사의 눈에 보일 우주 공간을 묘사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상상도.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로 이론물리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는 자신의 지식뿐만 아니라 60여 명의 물리학 천문학 미래학 분야 석학들의 도움을 받아 “불가능하지 않다”고 진지하게 말한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첨단 물리학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도전과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저자는 현재의 물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불가능’을 3가지로 분류한 뒤 구현이 가능한 시기도 가늠했다. 제1부류의 불가능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들이다. 공간이동, 반물질엔진(물질과 반물질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구동하는 엔진), 텔레파시, 염력, 투명한 물질(투명인간)이 여기에 속하며 21, 22세기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 물체나 사람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순식간에 보내는 공간이동은 어떻게 가능할까. 최근 들어 물리학자들은 원자를 실험식 벽 너머로 이동시키고 있다. 1993년 미국 IBM의 과학자 찰스 베넷은 원자 규모에서 공간이동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후 물리학자들은 광자를 비롯해 세슘원자 하나를 통째로 공간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양자이론이 적용됐다. 양자적 결맞음 상태에 있는 두 입자는 한쪽 입자의 특성이 바뀌면 다른 입자도 같은 특성을 띠게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저자는 수십 년 내에 생체분자까지 공간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눈에 보이는 일반적인 물체의 공간이동은 수백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투명인간-텔레파시-염력 등
100∼200년 내 실현될 수도


보호막의 경우, 저자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여러 막을 결합해 보호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안한다. 1995년 개발된 플라스마 창을 발전시켜 훨씬 강력하고 온도가 높은 플라스마 창을 발명한다면 포탄이 창에 닿는 순간 곧바로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마는 고체 액체 기체 외에 물질이 취할 수 있는 제4의 상태로 원자가 전자를 잃어버린 모습을 하고 있다. 온도를 충분히 높인 기체는 플라스마 상태로 바뀐다. 여기에 전기장과 자기장을 걸어주면 특정한 모양을 만들 수 있어, 지금은 공기와 진공을 분리하는 벽으로 활용 중이다. 플라스마 창과 함께 탄소나노튜브로 이뤄진 격자층을 설치하면 대부분의 물체 침투를 차단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런 방식의 보호막은 100년 이내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제2부류의 불가능은 물리법칙 위배 여부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 것들로, 만일 위배되지 않는다면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후에 실현될 수 있는 기술이다. 시간여행, 초광속여행이 여기에 속한다.

초광속여행 중 한 가지 방식은 웜홀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로 불리는 웜홀은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거울처럼 다른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다. 웜홀을 활용하려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양자세계에서 시공간을 지배하는 법칙도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제2부류 불가능’으로 분류했다.

시간여행도 기본적으로 물리법칙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부모를 죽이게 되는 사고를 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할아버지 역설’은 3가지 방법으로 회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로 돌아가면 자유의지가 제한돼 이미 일어났던 일만 되풀이할 수 있도록 되거나 자유의지는 있더라도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는 법칙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 우주가 여러 개로 갈라져 또 다른 평행우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리법칙 모순되지 않으면
초광속 여행도 수천년 뒤 가능”


제3부류의 불가능은 현재 알려진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것들로 저자는 영구기관과 예지력을 여기에 포함시켰다.

저자는 “과학의 선각자들은 불가능에 도전하면서 물리와 화학의 영역을 넓혀 왔고 그럴 때마다 ‘불가능’이라는 의미를 다시 정의해 왔다”며 19세기 영국의 의학자 윌리엄 오슬러가 남긴 표현으로 ‘불가능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 세대에 통용되던 철학은 다음 세대에서 불합리해질 수 있고, 과거의 바보 같은 생각은 내일의 지혜가 될 수 있다.” 원제 ‘Physics of The Impossible’.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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