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선 68혁명 이후 누디즘(nudism·나체주의)이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영화의 물량공세를 연극이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누디즘입니다.”
마광수 교수(59·연세대 국문학)가 돌아왔다. 이번엔 소설이 아니라 연극이다.
26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한성아트홀에서 연극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원작자로 이 자리에 참석한 마 교수는 “영화건 연극이건 내가 원작을 허락하고 내용에 관여한 최초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5월 1일부터 한성아트홀에서 공연될 이 연극은 21년 만에 개정판을 준비 중인 동명 수필집과 소설 ‘즐거운 사라’의 내용을 토대로 교수와 여제자의 자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 마 교수의 실명이 그대로 등장한다.
연출은 ‘교수와 여제자’로 지난해 ‘벗는 연극’의 관객몰이를 부활시킨 강철웅 씨가 맡았다. 강 씨는 “1996년 ‘마지막 시도’를 연출할 때부터 마 교수님과 교류해 왔다”면서 “그동안 제 작품의 주인공은 대부분 마 교수님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온 것이었는데 이제 그 빚을 갚게 됐다”고 말했다. 여주인공 사라 역으로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이파니 씨가 출연하고 마 광수 교수 역으로는 뮤지컬 배우 유성현 씨가 출연한다.
이파니 씨는 “연기력보다 섹시한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됐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극중 ‘재탄생’을 꿈꾸는 사라와 인간 이파니가 닮은 점이 너무 많아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머리가 반쯤 벗어지고 반백이 다 된 마 교수는 “이젠 너무 늙어서 이파니 씨 같은 여자는 죽어도 못 꼬신다”면서도 “내가 그렇게 고생해 물꼬를 터놨는데 왜 ‘제2의 마광수’가 안 나오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학계나 문단에선 내 작품을 읽어 보지도 않고 날 ‘변태의 전설’로 취급한다”며 “21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이 여전히 ‘문화독재국가’라는 현실이 슬프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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