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의 중심 책무는 무엇보다 ‘국가 이익의 보호 및 신장’에 있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직업외교관으로 근무해오면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웅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천착해왔다. 아울러 우리 청소년들이 글로벌 시대에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 결과 국가나 개인 발전의 동인(動因)은 문화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글로벌 시대에는 문화 간 소통과 융합이 초고속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한 해 동안 어학연수생을 포함한 유학생이 20여만명, 해외여행자가 1300만명에 달하며 국내 거주 외국인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필자는 글로벌 시대에 국가 발전을 이끌고 글로벌 시대의 리더가 될 인재를 문화적 혼혈인간이라고 명명한다. 문화적 혼혈인간이란 무엇보다 타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람이고, 타문화와 소통하고 융합하는 데 능한 사람이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다. 나아가 필자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대를 주름잡기 위해서는 21세기형 아이들인 문화적 혼혈인간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국가 중 정치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가장 빠른 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국가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20세기 후반 우리의 발전을 일구어낸 것은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과 성취욕구의 정신문화였다. 그러나 21세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웅비하기 위해서는 이미 우리의 DNA로 체화된 도전정신과 성취욕구 이외에도 타문화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이며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인 사고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는 이 책에서 문화적 혼혈인간이 갖춰야 할 요건을 △개성 △이성과 감성의 조화 △전문성 △에티켓 △정직 △법치의식 △유머감각 △음주습관 △협상능력 △외국어 구사능력 등 10가지로 정리했다.
필자는 지난 1년간 중앙대학교에서 외교겸임교수로 일하면서 후배 세대가 어떻게 하면 글로벌 시대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강연했는데 이 강연이 좋은 반응을 얻어 책을 출판하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도 재미있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 법이다. 필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례와 유머를 인용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이 책을 한번 잡으면 끝까지 놓지 않고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했다. 필자는 글로벌시대에 타문화와의 소통과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 문화와 우리 언어에 대한 정체성 또한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것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나 소통이 우리의 견고한 문화적 정체성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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