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뜨거운 테너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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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9일 03시 00분


드라마티코 테너 대표주자
호세 쿠라 내달 4일 콘서트

훈남이 대세라는 시대에 까칠함으로 각광받는 인물이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테너 호세 쿠라(48·사진)다. 뜨거운 목소리와 격정적인 표현력을 가진 그는 현역 드라마티코(극적) 테너의 대표주자다. 부인을 목 조르거나 (베르디 ‘오텔로’) 찌르는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오페라들이 대표 레퍼토리로 꼽힌다. 2004년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야외 오페라 ‘카르멘’의 돈호세 역을 노래했던 그가 첫 내한 콘서트를 갖는다. 5월 4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950∼70년대 세계 성악계는 이탈리아의 마리오 델모나코, 프랑코 코렐리 등 뛰어난 드라마티코 테너들이 활약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위대한 드라마티코 테너의 계보는 바닥이 드러났다. 쿠라의 존재가 빛나는 이유다. 1998년 음반사인 에라토가 쿠라의 독집을 발매하자 영국 ‘클래식 FM’지는 ‘델모나코의 무례함과 코렐리의 뻣뻣함을 함께 갖춘 테너’라는 이례적 찬사를 보냈다.

쿠라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오늘날 드라마티코 테너가 드문 데 대해 “스타를 만들기에 급급한 클래식계 풍토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드라마티코 테너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저도 처음에는 리리코(서정적) 테너였지만 오래 노래를 부르면서 목소리가 짙어졌고 드라마티코 테너가 되었습니다.”

그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출가로도 자주 무대에 등장하고 음반사를 설립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등을 지휘한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스스로 다빈치적 르네상스인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호기심이 많은 남자일 뿐”이라고 했다. “삶은 딱 한 번입니다.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데 한 가지만 고집한다면 멍청한 일이죠. 훗날엔 젊은 예술가를 길러낸 호세 쿠라, 자선활동과 사회활동을 한 쿠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콘서트는 소프라노 김인혜 씨(서울대 교수)와 함께 꾸민다. 1부에서는 ‘팔리아치’ ‘오텔로’의 아리아와 중창들을 노래한다. 베르디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서곡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해 들려준다. 2부에서는 ‘토스카’ ‘투란도트’ 등 푸치니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 달콤한 부분은 속삭이듯이, 느린 부분은 한없이 느리게…. 온갖 멋을 부리며 노래하는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면모도 만날 수 있는 무대다. 3만∼20만 원. 1577-7766, www.artgy.or.kr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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