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문화재 복원, 느티나무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30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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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 느티나무의 비밀

(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30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2년 전 화재로 훼손된 숭례문. 문화재청 지난 2월부터 복구를 시작했는데요. 복구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던 것은 정밀한 실측도와 함께 재료로 쓸 견고한 소나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안 앵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보급 목조 건축물 중에는 소나무 못지않게 느티나무로 지은 건물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는 느티나무를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동아사이언스 윤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하늘로 향한 처마 끝이 날아갈 듯 날렵해 보입니다.
건물 곳곳에 새겨진 연꽃 조각과 동물 조각은 이 작은 건물에 화려함을 더합니다.
기둥 위의 인물상은 유난히 커다란 지붕의 무게가 견디기 힘든지 난처한 웃음을 흘립니다.
선종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강화도 전등사. 이곳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대웅보전의 모습입니다.

(스탠드업)
"건물에 비해 다소 커 보이는 지붕을 이고 있는 것은 바로 열두 개 기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목조 건축 재료는 소나무지만, 이 기둥은 느티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느티나무 건축물은 웅장하고 중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불상을 모시는 사찰 건물이나 향교의 제단에 많이 쓰였습니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수덕사 대웅전, 해인사 장경판전, 진주 향교 등이 그 예입니다.

반면 소나무 건축물은 소박하고 아담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양반가옥과 사찰의 약사전 등에 주로 사용됐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박병수 박사 연구팀은 전국 114곳에 있는 사찰과 향교, 사당 건축물의 기둥 1009점의 재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고려시대 건축물의 55%, 조선시대 건축물의 21%가 느티나무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나무 못지않거나, 오히려 더 많은 수치입니다.

연구팀은 기둥에서 떨어져 나온 성냥개비 크기의 시료를 수집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으로 목재의 종류를 알아냈습니다. 두 나무는 세포와 조직의 모습이 서로 달라 금세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오정애 국립산림과학원 탄소순환재료과 연구원)
"소나무 같은 경우에는 조직이 되게 간단하게 되어 있어요." (03:14~)
"반면에 느티나무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보시면 확연히 다른데요. 여기는 활엽수, 아니 침엽수보다는 조직이 많이 발달해 있어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불의의 사고로 문화재가 훼손됐을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목조 문화재의 재료를 아는 것이 복구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박 병수 국립산림과학원 탄소순환재료과 임업연구사)
"문화재 복원은 기본적으로 같은 수종으로 복원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느티나무 기둥으로 지어진 건물을 느티나무 기둥이 상해서 복원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느티나무 건물로 복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느티나무는 소나무와 달리 여러 그루를 한꺼번에 키우기 어려워, 문화재 복구에 쓸 목재가 크게 부족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량한 느티나무를 많이 심는 것 뿐 만 아니라, 전국 구석구석에 분포해 있는 우량한 느티나무를 잘 모니터링해서 문화재 용재로 쓸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동아사이언스 윤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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