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60년전 흥남 피란민 태운 마지막배 온양호에서 ‘온양이’가 태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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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일 03시 00분


◇온양이/선안나 글·김영만 그림/44쪽·1만2000원·샘터

“아니, 저게 뭐냐?” 이른 아침 할아버지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부엌에 있던 어머니는 마당으로 달려갔다. 잠에서 깬 명호도 밖으로 나가 보았다. 사람들을 가득 채운 기차가 들판을 굼벵이처럼 기어가고 있었다.

“피란 가는 거예요. 함흥이 조만간 불바다가 될 거래요.” 명호의 대답에 할아버지의 눈이 커졌다. 어머니는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미군이 철수한다”며 “미군 철수가 끝나면 일본에 떨어진 것과 같은 원자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짐 싸서 떠나라. 오마니하고 동생을 잘 부탁한다.”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에도 명호네는 계속 흥남을 향해 걸었다. 헌병들이 길을 막아서면 산길로 돌아갔다. “오마니, 추워요.” 동생이 울음을 터뜨리면 명호가 업어주었다. 만삭인 어머니는 짐만으로도 힘에 겨워했다.

나흘 만에 흥남에 도착해 보니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눈앞도 보이지 않았다. 군인들의 철수가 끝나고 피란민들이 배에 오르기 시작했다. “밀지 말아요.” 어머니는 고함을 치며 명호와 동생을 보호했다. 어머니는 아이들 팔목에 피멍이 들도록 움켜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간신히 배에 오른 어머니는 진통이 왔다. 다음 날 아침 갑판에서 아기를 낳았다. 할머니들이 탯줄을 실로 묶어 이로 끊어 주었다. 아기 이름은 배 이름인 온양호에서 따와 온양이라고 지었다. 온양호는 부두를 떠난 마지막 배였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60주년. 이 책의 이야기는 6·25전쟁 가운데 흥남철수가 배경이다. 흥남철수는 1950년 12월 15∼24일 열흘간 군인과 피란민 20만 명이 중공군을 피해 남하한 것으로, 세계 전쟁사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해상 철수 작전이었다. 특히 이때 미국의 메러디스빅토리아호는 피란민 1만4000명을 태워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배로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저자는 책에 실린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 민족의 비극을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지난 역사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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