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심리학/스콧 릴리언펠드 외 지음·문희경 유지연 옮김/336쪽·1만5000원·타임북스
원제를 봐야 책의 내용을 제대로 짐작할 수 있다. 원제는 ‘대중심리학의 50가지 신화’. 미국 에머리대, 뉴욕주립대 등의 심리학 교수들이 기존에 나와 있는 수천 건의 심리 연구논문 등을 토대로 쓴 책이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대중심리학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심리학의 일반적인 오해를 과학의 기준으로 검증하려 했다”고 밝혔다.
저자들이 말하는 ‘대중심리학’이란 충실한 연구나 합리적 근거 없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일반화된 심리학을 뜻한다. ‘우리는 지능의 10%밖에 활용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성적 학대를 받은 사람 대다수가 나중에 가학적 성향을 보인다’ 같은 것들이다. 저자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극히 일부의 데이터를 확대 적용한 것”이라면서 하나씩 오해를 벗겨낸다.
‘사람들이 지능의 10%만 사용한다’는 생각은 꽤 널리 퍼져 있다. 유리 겔러 같은 사람들은 “뇌의 90%에 초능력이 잠재해 있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일상에 몰두하느라 10%만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뇌의 아주 일부분만 다쳐도 예외 없이 심각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임상신경학 분야의 증거를 들이댄다. 만약 뇌의 90%가 불필요한 부분이라면 이런 결과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의 여러 영역에 전기자극을 가해 봤지만 이른바 ‘침묵의 영역’을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도 제시한다.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이 따로 있다’는 생각도 신화로 꼽혔다. 뇌의 두 반구를 개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중심리학자들은 좌뇌형은 회계사가 되고 우뇌형은 명상가가 된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미국 국립과학원의 전문가들은 “양 반구를 서로 다르게 활용하도록 훈련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지능지수(IQ)가 높아진다는 이른바 ‘모차르트 효과’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하버드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교수의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모차르트 효과는 IQ 2점 이하의 미미한 수준으로 1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에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모차르트 효과는 단기적인 각성 효과에 불과하고 레모네이드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을 둘러싼 심리학적 오해로는 ‘최면술로 잊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과거에는 이런 믿음을 근거로 최면을 이용한 진술이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전문가들은 최면이 오히려 기억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래리 메이스라는 사람은 1980년 강도 및 강간죄로 투옥됐다. 피해자가 최면 상태에서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 게 결정적 증거가 됐다. 그러나 새로운 DNA 증거가 나와 그는 2001년 감옥에서 풀려났다.
선다형 시험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시험 비법 가운데 ‘답이 헷갈릴 땐 처음 떠오른 답이 정답이다’라는 게 있다. 그러나 실제 연구결과는 정반대다. 저자들이 찾은 60편 이상의 논문에선 ‘답을 바꿀 때는 오답에서 정답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들은 “학생들이 정답에서 오답으로 바꿨을 때를 더 잘 기억하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대개 ‘화를 참기보다 터뜨리는 편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어떤 심리 치료사들은 화가 날 경우 소리를 지르거나 베개를 두들기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40년이 넘는 기간에 나온 연구들에 따르면 분노를 표출하면 실제로는 공격성이 더 강화됐다”고 전했다. 저자들은 “대중심리학의 유명한 신화들을 믿다가는 인간 본성을 잘못 이해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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