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89>子貢曰, 君子亦有惡乎잇가 子曰, 有惡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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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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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이 “군자도 미워함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미워함이 있다. 남의 악함을 말하는 자를 미워하고 하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훼방하는 자를 미워하며 용기만 있고 예의가 없는 자를 미워하고 과감하기만 하고 융통성 없는 자를 미워한다.”

‘논어’ ‘陽貨(양화)’의 제24장에서 공자는 子貢에게, 군자도 미워함이 있다고 했다. 그 뜻은 ‘里仁(이인)’에서 “오직 어진 사람만이 남을 좋아할 수 있고 또 남을 미워할 수 있다(唯仁者能好人, 能惡人)”고 한 말이나 ‘顔淵(안연)’에서 “군자는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이루게 해주고 나쁜 점은 조장하지 않는다. 소인은 이와 반대다(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라고 한 말과 통한다.

君子는 博愛(박애)와 仁厚(인후)의 덕을 지닌 사람인데 여기서는 가만히 공자를 가리킨다. 惡는 ‘미워할 오’나 ‘나쁠 악’으로 읽을 수 있다. 有惡의 惡는 ‘미워할 오’다. 稱人之惡의 稱은 말한다는 뜻이고 惡은 나쁠 악이다. 下流는 下位(하위)와 같다. 산은 毁謗(훼방)의 뜻이다. 上은 군주를 비롯해 상위에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果敢은 과단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窒은 窒塞(질색)으로, 도리에 통하지 않음을 말한다.

하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훼방하는 자를 미워한다는 말은 사회적 위계를 자연적 차별성으로 인식하던 관념에 따른 것이어서 민주정치와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의 가르침은 여전히 참조할 만하다. 까닭 없이 남의 악함을 말하거나 윗사람을 훼방하고 예의도 없고 융통성도 없이 만용을 부리고 과감하게 구는 일은 사회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군자가 그런 행동을 미워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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