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예리하고 과감하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결승 5번기 2국 8보(126∼150) 덤 6집 반 각 3시간

앞에 앉아 있는 홍기표 4단이 달리 보인다. 이 판을 닦아 나가는 그의 솜씨를 보면 정상급 기사 못지않다. 적시의 결단과 정밀한 수읽기로 이창호 9단이 꼼짝 못하게 옭아맸다. 그의 존재가 갑자기 태산처럼 거대하게 느껴진다. 홍 4단은 이젠 손을 내밀어 ‘승리’라는 과실을 따면 된다. 하지만 이 쉬운 과정에서 실족한 경우를 얼마나 많이 봐 왔던가. 홍 4단은 긴장의 끈을 다시 죄었다.

홍 4단은 이 9단의 마지막 도발을 꺾을 수로 백 26을 택했다. 예리하다. 흑이 어느 쪽으로든 단수를 치면 걸려든다. 흑 27이 최대한으로 버틴 수.

홍 4단은 백 28 이하로 시원하게 돌을 버렸다. 과감하다. 이미 형세 판단이 서 있는 그는 이런 사석작전이 판을 단순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앙 흑 집을 내줬지만 백 38, 44로 뚫자 좌변 흑 두 점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9단은 마지막 힘으로 버틴다. 흑 45로 환격을 노린다. 사실 참고도처럼 두면 좌변 돌을 살릴 수 있지만 이 9단은 더 고차원의 심리작전을 펴고 있다. 백 두 점을 살리면 흑이 걸려든다. 그렇다고 50의 자리로 물러나면 참고도보다 더 크게 좌변 흑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홍 4단은 46, 48로 뒤를 꽉꽉 채우며 두 점을 버리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이로써 끝이다. 이후 수순은 총보.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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