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는 최근 발매한 솔로 3집에서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노래에 담았다. 그는 “결혼 후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다 보니 노래를 통해 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전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록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36)가 최근 6년 만에 발매한 솔로 3집 ‘315360’은 쓸쓸하고 우울한 멜로디가 가득하다. ‘봄날은 간다’가 수록된 1집(2001년)과 ‘야상곡’이 실린 2집(2004년)의 어두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2006년 VJ 출신 치과의사 김형규 씨(34)와 결혼하고 이듬해 아들(3)을 낳았으며 고정 팬도 적지 않은, 이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여자의 음악이 왜 그럴까.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첫머리에서 그는 “남편과 아들로부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그동안 부족했던 내면이 충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 앨범의 우울기는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음악가를 만드는 건 일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비극적 시각은 일상에서 나오진 않아요. 그건 선천적으로 얻어지거나 유년기에 경험한 결핍의 감정을 메우기 위해 생긴다고 봅니다.”
앨범 제목 ‘315360’은 그가 만 36세까지 살아온 시간(31만5360시간)을 뜻한다. 그는 ‘아내’와 ‘엄마’라는 늘어난 역할만큼 자아를 쪼개기보다 오히려 자아에 깊이 파고드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처음으로 수록곡 12곡 모두 나의 솔직한 이야기로 채웠다”며 “제 인생의 궤적과 같은 앨범”이라고 말했다.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도 모두 혼자 했다.
가사집을 읽다 보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다. 행복하기 위해 음악을 한다는 ‘이상한 세상의 릴리스’(이상한 세상에서 나는 행복을 찾아 이상한 여행길에 올랐지…), 아들을 통해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됐다는 ‘에뜨왈르’(천국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천사 내 품에 안기어 단꿈을 꾸고 있네…), 세상의 비참함을 노래한 ‘검은 강’(세상에 신이 있다면 왜 사는 게 이리 슬픈 가요…) 등.
타이틀곡 ‘고잉 홈’은 사기를 당해 힘들어하는 남동생에게 용기를 주는 곡이다. 한때 가수였던 남동생 윤일 씨(33)는 김윤아 1집 수록곡 ‘블루 크리스마스’를 듀엣으로 불렀고 이번 앨범의 ‘비밀의 정원’에 코러스를 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망설임이 없었을까. “원래 속내를 안 꺼내놓는 편이에요. 그런데 데뷔 후 13년 동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는 걸 이제 깨달았어요. 제 음악을 공감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건 무척 멋진 일이죠. 또 스스로 꾸린 가정 안에서 큰 사랑을 느끼니 제가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 내가 진짜 누군지 이야기해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자우림 활동으로 2008년 6월 7집 앨범과 지난해 10월 미니앨범(EP)을 발표했을 때를 제외하고 그는 집안 살림과 육아를 직접 해왔다. 이번 앨범을 만들 때도 여느 ‘워킹맘’처럼 고생을 했다고 한다. “아기가 잠들면 황급히 집안에 있는 작업실로 달려가 틈틈이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잠이 너무 부족해서 힘들었지요.”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일탈’)를 꿈꾸고 파란하늘을 나는 마법 융단(‘매직카펫라이드’)을 타보라고 외치던 그는 이제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마트를 드나든다. “장 보러 가면 주부들이 저더러 직접 장 보는 게 신기하다고 해요. 장을 봐야 살림을 하죠. 애도 제가 키워야지 그럼 누가 키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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