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賜야, 너도 미워함이 있느냐?”라고 하자 子貢(자공)이 대답했다.
“남의 마음을 탐지하는 일을 지혜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고, 불손하게 구는 일을 용기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 남의 비밀을 들추는 일을 정직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합니다.”
지난 호에 이어진다. 공자는 자공에게 군자도 미워함이 있다며 네 가지 미워하는 대상을 밝혔다. 남의 악함을 말하는 자, 하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훼방하는 자, 용기만 있고 예의가 없는 자, 과감하기만 하고 융통성이 없는 자를 미워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공자가 자공에게 너도 미워함이 있느냐고 물었다. 자공의 이름은 端木賜로, 단목이 성이고 이름이 賜다. 자공은 남을 엿보기나 좋아하는 자, 오만하기 짝이 없는 자, 남의 비밀을 들춰내기 좋아하는 자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는 伺察(사찰)의 뜻이니 사심을 가지고 남의 생각을 엿보는 것을 말한다. 以爲는 ‘∼을 ∼로 여긴다’는 뜻을 나타내는 구문인데, 여기서는 ‘∼을’에 해당하는 말이 以의 앞에 놓여 있다. 知는 智와 같다. 지혜롭다는 뜻이다. 不孫은 不遜(불손)과 같다. 사람을 凌蔑(능멸)하여 驕慢(교만)하게 구는 것을 말한다. 알은 暴露(폭로)와 摘發(적발)의 뜻이니, 남의 비밀을 들춰내는 것을 말한다.
知와 勇과 直은 사람이 지녀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인격주체로서 존경하지 않고 그의 속마음을 탐지해서 그가 말하기도 전에 사실을 말해버리거나 그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불손하고 교만하게 굴며 그가 드러내기 싫어하는 사적인 비밀까지 폭로하면서 그것을 지혜, 용기, 정직이라고 한다면 名譽毁損(명예훼손)이요 人權蹂躪(인권유린)이다. 공자도 자공의 말을 듣고 首肯(수긍)하지 않았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