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기억에 남을 한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5일 03시 00분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결승 5번기 2국 총보(1∼172) 덤 6집 반 각 3시간

이창호 9단은 백 172를 보고 돌을 던졌다. 더 둔다면 참고도 흑 1로 백 두 점을 잡아야 하는데 백 2의 마늘모 끝내기를 당한다. 백이 덤을 줘도 비슷한 형세다.

대국 내내 시달렸던 이 9단은 더는 버틸 힘이 없었을 것이다. 이 9단이 바둑 인생에서 이 판처럼 무력하게 물러난 적은 흔치 않다.

이 9단의 비극은 흑 35부터 시작했다. 뒤로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젖혀간 이 수가 이 9단 바둑의 변화를 보여주는 수이긴 했지만 지금은 무리했다. 기풍 변화가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흑은 47까지 우변에서 큰 집을 마련했지만 전반적으로 엷어졌고 백 50의 절단을 당해 비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흑의 마지막 패착은 71로 하변 실리를 챙긴 것. 이 수로는 우상 흑을 보강했어야 했다. 홍 4단은 과감히 74로 우상에서 수를 내기 시작했다. 백은 흑을 처절히 몰아붙인 끝에 우상 흑 돌 9점을 잡았다. 상전벽해. 가장 단단해 보였던 우상 흑 돌이 백의 수중에 떨어진 것이다.

이후 백의 마무리도 깔끔했다. 특히 백 126 이하 흑의 도발을 잠재우며 좌변을 손에 넣은 수순은 흠 잡을 데 없이 매끄러웠다. 홍 4단이 자신의 명국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판으로 꼽을 만하다.

143…126.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35분. 172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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