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백조 역할을 남성 무용수에게 맡겨 힘과 카리스마를 강조한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돌아온다. 백조를 남성 무용수가 추게 하는 등 파격적 연출로 알려진 이 공연은 국내에서도 2003년 초연 이후 특히 20, 30대 여성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12∼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백조의 호수’ 팬들이 모인 인터넷 동호회 ‘Fantasy Lake’ 회원을 비롯한 이 작품의 마니아들에게 감상 요령과 작품의 특징을 질문했다. 적게는 15회, 많게는 30여 회까지 ‘백조의 호수’를 관람했고 일본, 미국 등 해외 공연까지 찾아다니는 ‘베테랑’ 감상자들이다.
장희숙 씨(38)는 “100여 년간 사랑받아온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의 이미지를 탈피하되, 난해하고 파괴적인 방식이 아니라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공주와 왕자의 사랑을 다룬 동화 대신 현대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고민과 방황을 담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현대 영국 왕실. 어머니(여왕)의 기대에 못 미치는 유약한 왕자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 왕위를 노리는 비서, 그리고 비서와 계략을 꾸며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여자친구…. 절망한 왕자가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려는 순간, 백조를 만난다.
매튜 본은 백조가 실제로는 크고 때때로 포악한 성질을 드러내는 새라는 점에 주목했다. 작품에서 백조는 힘과 카리스마를 상징한다. 왕자는 백조를 자신이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진 존재로서 동경한다. 정혜승 씨(34)는 “상처받은 왕자가 그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려 하지만 좌절하고, 다시 영원한 자유를 찾는 심리 묘사가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클럽에서 흥겹게 몸을 흔드는 무용수들이 등장하고, 히치콕의 영화 ‘새’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대중문화에서 자주 봐온 요소가 삽입된 덕택에 무용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연극적 요소가 많아 무용수들의 연기를 통해 금방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백조의 호수’ 주역은 항상 발레리노가 맡는다. 이미량 씨(41)는 “발레리나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만 해오던 발레리노들이 숨겨져 있던 재능을 빛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무용수의 연기력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누가 주역을 맡느냐에 따라 공연의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 이번 공연의 주역 백조는 2006년 매튜 본의 ‘가위손’ 내한공연 당시 주역을 맡았던 샘 아처와 영국 노던 발레단 주역 출신의 조너선 올리비에다.
베테랑 감상자들은 객석 기준으로 1층 중앙에서도 약간 왼쪽에 치우친 좌석이 감상하기에 가장 좋다고 했다. 주역 백조의 독무나 파드되가 무대 왼쪽에서 많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2층 맨 앞줄 중앙은 무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층 맨 앞줄은 현장감이 넘치는 대신 무용수들의 발이 보이지 않고 백조들의 열정적인 날갯짓 때문에 먼지가 날릴 수도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B석 6만 원, A석 8만 원, S석 10만 원, R석 12만 원.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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