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굴욕적 행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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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7일 03시 00분


○ 이창호 9단 ● 홍기표 4단
결승 5번기 3국 2보(24∼46) 덤 6집 반 각 3시간

흑의 ○가 날렵해 백이 상변에 손을 대기가 마땅치 않다. 이창호 9단은 백 24로 우상 백의 근거부터 마련한다. 그렇지만 흑 25, 27로 눌러가는 행마가 산뜻하다. 이로써 흑이 포석에서 기선을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실족한다.

흑 29는 상변 흑 돌 전체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뜻. 하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근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날 일자 행마 특유의 약점도 눈에 들어온다.

흑은 25, 27로 둔 뜻을 살려 참고 1도 흑 1처럼 계속 백을 눌러갔어야 했다. 백은 2, 4가 고작인데 흑 7까지 두터움도 얻고 실리도 챙길 수 있다. 참고 1도를 보면 흑이 굳이 ‘A’에 둬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흑 31로도 참고 2도 흑 1로 젖혀야 했다. 백 4가 귀의 흑을 위협하는 수지만 흑은 5, 7로 강하게 틀어막을 수 있다. 백 14까지 귀의 흑이 위험해 보이지만 흑 15로 버티면 백이 귀의 흑을 잡으러 가기가 껄끄럽다. 주변 백도 허약해 무리하게 잡으러 가다가 되치기를 당하기 쉬운 모양이다.

백 32가 놓이자 중앙 흑이 엷어졌고 이 9단은 백 36으로 흑 29의 약점을 정확히 찔러간다. 홍기표 4단의 시름이 깊어간다. 흑 37로 반격의 자세를 취해봤지만 결국 흑 41로 공배를 두는 굴욕적 행마를 하며 연결할 수밖에 없다. 흑 45 때도 백 46이 적시의 응수타진. 백이 손바람을 내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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