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라는 단어. 문법적으로 일반명사지만 세상 누구에게도 ‘일반적’이지 않은 말이다. 미술사 전문가인 저자는 첫머리에서 “화가들은 왜 자신의 어머니를 그렸을까”라고 묻는다. 부질없는 질문이다. 캔버스, 목탄, 붓, 물감을 준비하고 볕 잘 드는 아틀리에 의자에 자신의 어머니를 앉힌 상황을 상상해 보자. 나는 왜 내 어머니를 그리려 하는가. 완성된 그림만이 답할 수 있다.
책 전반부는 텍스트를 흘려 넘기면서 죽 나열한 그림들부터 찬찬히 살피길 권한다. 특정 주제로 미술품을 정리한 책의 미덕은 필자의 감상문보다 책에 실린 그림일 경우가 잦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놓치기 어려운 것은 한결같이 수심 가득한 어머니들의 눈빛이다. 고급스러운 옷을 단정히 차려입은 에두아르 마네 어머니 초상과 낡은 두건을 아무렇게나 머리에 얹은 알브레히트 뒤러 어머니의 초상. 얼핏 대조적인 듯하지만 두 어머니의 눈에는 똑같은 무게의 걱정과 애처로움이 그렁그렁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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