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입맛 유혹하는 이탈리아 음식 그 속에 살아있는 역사… 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엘레나 코스튜코비치 지음·김희정 옮김/648쪽·2만3000원·랜덤하우스
한국에 잘 알려진 이탈리아 요리 카르보나라 파스타는 원래 숯쟁이들이 먹던 음식이었다. 이 파스타가 탄생한 지역은 이탈리아 아브루초 주. 아펜니노 산맥이 있어 해발 3000m에 달한다.

험준한 산악지대 주민들은 생계 수단으로 나무를 숯으로 구워 팔았다. 숯쟁이들은 주변에 흔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양젖으로 만든 치즈, 숲 속 메추라기 둥지에서 꺼낸 신선한 알을 사용했다. ‘숯쟁이들(carbonari)’이 ‘카르보나라(carbonara)’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탈리아 문화에서 어떤 요리법을 전수한다는 것은 자신이 태어난 땅의 기억을 불러오는 것이고 그 땅에 속한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기후와 자연환경, 오랜 도시국가의 전통은 이탈리아 각 지역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낳았다. 음식은 이탈리아의 시와 소설,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20년 넘게 거주하며 문학잡지 편집자와 번역가로 활동해온 러시아인.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각지의 대표음식과 역사, 특유의 음식문화를 책 속에 담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피자의 현재 형태는 1889년 나폴리의 유명한 식당 브란디의 주인이 만들어냈다. 이 피자의 재료인 토마토의 붉은색, 모차렐라의 흰색, 바질의 녹색은 이탈리아 국기를 의미한다. 당시 사보이 왕가 출신의 이탈리아 여왕 마르게리타의 이름을 따서 ‘마르게리타 피자’라 부른다.

저자는 피자를 “유쾌하고 가벼운 음식”이라고 말한다. 파스타는 700가지가 넘지만 정통 피자는 10종류밖에 없다. 주문할 때 실수할 일이 없다. 집에서는 만들어 먹기 힘든 외식 메뉴이자 친구들과 둘러앉아 나눠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나폴리에서는 예전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 주에 한 번씩 피자를 공짜로 제공하는 ‘피자의 날’이 열리기도 했다.

마르게리타 피자의 주재료인 모차렐라 치즈는 나폴리가 있는 캄파니아 주의 특산품이다. 캄파니아 주는 습지대가 많은 탓에 암소 대신 버펄로를 키웠다. 버펄로의 생우유는 맛이 없지만 대신 뛰어난 품질의 버펄로 모차렐라를 생산할 수 있다. 캄파니아 주 카프리 섬에서는 동그란 모차렐라, 토마토, 검은 올리브에 올리브오일을 뿌려 ‘카프레제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각 지방의 독특한 기후와 자연환경에 맞는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냈다. 조개로 만든 봉골레 파스타는 바다를 끼고 있는 캄파니아 주 나폴리 고유의 음식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탈리아인들은 각 지방의 독특한 기후와 자연환경에 맞는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냈다. 조개로 만든 봉골레 파스타는 바다를 끼고 있는 캄파니아 주 나폴리 고유의 음식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는 이탈리아의 음식문화는 사회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다. 1989년 설립된 슬로푸드 연맹의 본부는 이탈리아에 있다. 이들은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각지의 희귀한 식재료와 전통적인 조리법을 보존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저자는 각 지역의 음식 이야기를 통해 음식을 먹는 행위가 이탈리아인의 생활과 역사 속에 얼마나 깊숙이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탈리아인에게 ‘음식에 대해 말하기’란 필수적이며 절대적인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삶의 일부이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음식코드는 이탈리아의 ‘참모습’을 이해하기 위한 보편적인 열쇠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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