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합창단만 100명 이상이 필요한 베토벤 ‘피델리오’를 창단 기념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던 무악오페라가 두 번째 전막 오페라로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 ‘라보엠’을 공연했다. 연세대 동문을 주축으로 결성된 이 오페라단은 지난번 공연과 달리 ‘연세심포니오케스트라’를 협연 악단으로 택했다. 연세대 음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이 악단이 ‘인상주의의 이탈리아식 변용(變容)’으로 일컬어지는 푸치니의 섬세한 관현악을 잘 소화할 수 있었을까. 결과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마지막 날인 7일 공연에서 최승한 씨가 지휘한 이 악단은 각 악기군 사이의 밸런스와 투명한 음색이 돋보였다.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에서 4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묘사하는 목관악기군과 새순이 움트듯 힘을 더하는 저음현의 조화는 관능적이었다. 여러 일정을 소화하는 다른 관현악단과 달리 이 공연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었던 것도 이유겠지만, 20대 초반의 국내 음악도들이 이뤄낸 성과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주요 배역진 중에는 미미 역 강경해 씨의 차분하면서도 세공(細工)이 깃든 표현력이 돋보였다. 마르첼로 역 이상민 씨의 허식 없는 연기와 적절한 윤기가 느껴지는 음성도 만족스러웠다. 로돌포 역 국윤종 씨는 이지적이고 섬세한 음색을 지녔지만 아리아 ‘그대의 찬 손’에서 관현악의 강주 속에 이따금 목소리가 묻혀버렸다. 무세타 역 김수진 씨는 대체로 흠잡을 데 없는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극중 대표곡인 ‘무세타의 왈츠’에서 관현악과의 호흡이 완전하지 않았다.
이 오페라에서 3막의 무대 장치는 시간 배경이 어두운 새벽인 데다 이별의 쓸쓸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간략하게만 표현되기 일쑤다. 이번 공연에서는 자작나무를 군데군데 배치해 입체감을 주었다. 나무의 은회색 질감이 쓸쓸하게 다가오면서도 작품의 악상과 훌륭하게 어울렸다. 반면 2막 카페 장면에서는 주요 배역들이 앉는 테이블을 무대 중앙부 앞쪽으로 끌어낸 결과 거리 사람들과 군악대의 동선이 제한됐고 이들이 자아내는 분주한 분위기도 중간 중간 단절됐다.
자막 번역은 비교적 매끄러웠다. 그러나 ‘그대의 찬 손’에 나오는 ‘Castelli in Aria’는 ‘대기의 순환’이 아니라 ‘공중누각’ 정도로 번역했어야 했다. 영어로 직역하자면 ‘Castles in the Air’다. 미미가 1막 끝에서 로돌포를 부르는 ‘Signor’(영어의 ‘Mister’에 해당)를 ‘주인님’으로 번역한 것도 껄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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