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에 걸려 있는 회사 모토다.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이니 그 업을 끌어안고 긍정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의미다. 바둑에도 통하는 말이다. 승부를 가리고 승자와 패자가 ‘복기(復棋)’를 하며 지나온 과정을 함께 되짚는 것은 바둑의 큰 장점이다. 실전에서 가지 못했던 길을 복기하면서 오르내리다 보면 어느새 패자도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대국자는 물론이고 관전자까지 참여해 더 나은 수(手)들을 공유하고 두뇌 한 구석에 있던 비장의 무기고를 활짝 개방한다. 수의 세계는 마치 화수분과 같아서 퍼내면 퍼낼수록 더 솟아난다는 사실을 알기에 기사들은 오늘도 복기에 열중한다.
복기 없이 서둘러 자리를 떠나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돌을 쓸어 담자마자 패자가 휙 나가버리면 혼자 남겨진 승자는 머쓱하게 일어나야 한다. TV 스튜디오 대국에서는 이런 삭막한 풍경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대개는 패기 어린 기사들이 자책감과 분을 삭이지 못해 복기하지 못할 심적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지고 나서 자신을 다스리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승부를 내고 미련 없이 돌을 허물고 또 새로운 그림을 펼쳐내는 것에 바둑의 진면목이 있다. 대국에서 지되 자신에게는 지지 말아야 한다. 간혹 승부 결과에 치우쳐 복기 과정을 생략하고 마는 장면에 팬들이 거북함을 느끼는 것도 복기라는 행위에 바둑의 본질적인 무엇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복기에 몰입을 잘하는 기사로는 이창호 9단이 유명하다. 졌건 이겼건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 복기하는 모습만으로는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게 바둑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로 한 시대를 이끌어 왔다.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최정상에 올랐다.
최근에는 이세돌 9단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복직 후 인터뷰들에서 그는 ‘컨디션’이란 단어를 각별히 강조했다. 단기적인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겠다는, 그 속에서 휴직 공백을 이겨낼 힘을 찾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비씨카드배 결승 전야 기자회견 때는 “진다고 해도 내용에서 앞서면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자세로 24연승을 내달렸고 마침내 중국 천하를 뒤엎으며 복직 후 첫 세계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휴직 6개월, 이세돌 9단이 거둔 최대 성과는 ‘남’을 이기는 바둑에서 ‘나’를 이기는 바둑으로의 전환이 아닐까 한다. 요 며칠 사이 백홍석 7단에게 연승 기록이 깨지고 박정환 7단에게도 처음으로 졌지만 복기에 임하는 패자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묻어났다. 바둑이란 것이 이 한 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 내일의 더 나은 바둑을 위해 그는 스스로 납득하고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실수를 거듭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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