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법인화 발족을 코앞에 둔 국립극단이 진통을 겪고 있다. 법인화를 추진하는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달 28일 연극협회 회원들을 상대로 국립극단 법인화 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격론이 벌어졌고 문화부 방안에 비판적인 연극계 원로 24명이 7일 성명을 내고 법인화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치밀한 준비 없이 진행되는 극단의 법인화는 위태롭고 불안하고 비효율적”이라며 연극 전문가로 구성된 준비위원회 발족, 외국인 예술감독 임명 방안 폐기, 국립극단의 국립극장 상주 등을 요구했다. 연극협회는 연극계의 중론을 모으기 위해 13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3층 스튜디오 ‘다락’에서 ‘(재)국립극단, 조직 및 운영방안을 위한 제언’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 법인화를 둘러싸고 의견 엇갈려
반대 측은 법인화가 민영화의 전 단계이며 이는 수익추구로 인한 예술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여러 연극인들은 ‘전속단원의 철밥통’으로 전락한 국립극단의 개혁을 위한 법인화에 공감하면서도, 문화부 방안은 국립극단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석만 서울시극단 대표는 “문화부 안은 국립극단을 국가대표극단으로 만들겠다는 것만 있을 뿐 민간극단은 물론 10개 시도립극단과 어떻게 차별화할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배우 중심이냐 제작 중심이냐
정체성 문제는 법인화한 국립극단을 배우 중심 극단으로 만드느냐 제작센터로 전환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문화부 안은 오디션으로 20여 명의 전속배우를 새로 뽑는다는 것. 일각에선 전속배우를 1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아예 전속배우를 두지 않고 제작 스태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는 “작품마다 배우를 오디션으로 선발하면 모든 배우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화 반대 성명에 동참한 배우 오현경 씨도 “철밥통은 안 된다. 전문적 연극배우를 육성하는 부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 외국인 예술감독 영입
‘연극은 그 나라 언어와 전통의 산물인데 축구감독 뽑듯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오태석 이윤택 등 국내 대표적 연출가에게 기회를 줬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으므로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찬반이 나뉜다. 유력 후보로 거명된 러시아 연출가 그레고리 지차트콥스키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김미혜 한양대 교수는 “연출가로선 몰라도 ‘민족예술의 발전’과 ‘창작극 육성’의 의무를 지닌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론 적합하지 않다”며 “외국감독 영입이 필요하더라도 국내 연극계와 특정 친소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인물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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