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빚진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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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 이창호 9단 ● 홍기표 4단
결승 5번기 3국 6보(101∼118) 덤 6집 반 각 3시간

하변 흑이 살았지만 홍기표 4단은 여전히 괴롭다. 우선 좌변 흑이 살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살릴 수 있지만 손을 댈 여유가 없다. 큰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 상황에서 백은 중앙 두 점만 달라고 한다. 이걸 살리려면 좌변 흑이 위험해지지 않겠냐는 암묵적 협박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흑도 형세가 괜찮으면 몇 집 되지 않는 두 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푼돈이라도 긁어모아야 한다. 홍 4단은 흑 1로 두 점을 살린다. 멀리 내다보면 신경써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지만 당장은 바로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다.

백 2의 날일 자가 놓이자 좌변 흑은 점점 수렁에 빠지고 있다. 홍 4단은 좌변을 외면하고 흑 3으로 힘차게 밀어 올린다. 두둑한 배짱이다. 홍 4단은 백이 순순히 받아주자 내친김에 흑 5로 한 번 더 밀어 올린다. 하지만 그 순간 살아나던 희망의 불씨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날일 자는 건너 붙여라’는 말처럼 지금은 참고도 흑 1로 건너 붙여야 했다. 물론 이건 결단이 필요하다. 백 16까지 좌변 흑을 과감히 버린다는 것. 평상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진행인데 이 시점에선 유력했다. 홍 4단은 흑 9, 11의 수단에 매력을 느꼈다. 얼핏 보면 흑 17까지 백 석 점을 잡고 성공한 듯 보인다. 그 대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상변과 중앙 흑 말이 함께 수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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