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가 선(禪)수행 위주에서 벗어나 현대사회와 호흡해야 한다.” “조계종의 종풍(宗風)은 선불교이며 오히려 이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 대한불교 조계종 교육원이 지난달 30일 선교육 축소 등을 핵심으로 한 승가교육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이래서 바꿔야” 한
국불교 교학적 바탕 취약 현실문제에도 관심 보여야
■ “현장 모르는 말” 참
선 없이 깨달음 얻기 어려워 포교 위해서도 수행 장려해야
“선수행에 매몰돼 사회 현실을 모르면 안 된다”는 교육원의 개편 추진 방향에 대해 전국의 선원과 승가대 등 교육기관에서 “한국 불교의 종풍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종단에서는 6월 9일 전국 기본교육기관운영위원장 회의, 6월 15일 총무원장이 주재하는 승가교육진흥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개편안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논란은 선불교에 그치지 않고 한국 불교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선수행만 강조해서는 곤란, 현대 사회에 맞춰 새롭게”
교육원 개편안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출가자가 4년간 선을 공부하는 기본 선원(禪院)의 정원을 학년당 40명에서 10명으로 줄이고, 이수자는 종단 행정직에 취임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기본선원은 선수행 전문 교육기관인데, 이 기관의 정원을 축소하고 졸업자의 진출을 막으면 선수행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수좌(首座·참선하는 스님)들의 지적이다. 조계종단의 교육기관은 기본선원 외에 일종의 종합대학으로 불전(佛典) 등을 교육하는 승가대가 있다. 승가대는 19곳으로 재학생은 모두 800여 명이다.
이번 개편안은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주도하고 있다. 현응 스님은 “이번 개편안은 한국 불교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과정”이라며 “불교는 늘 새롭게 시대의 언어로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한국 불교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개편안에서 선불교의 바탕이 되는 중국 당·송의 한문 불전을 한글 교재로 바꾸고 사회학 철학 등 현실의 과목을 포함시켰다. 그는 불교가 역사의식이나 사회철학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도 “선불교는 교학(敎學)을 바탕에 두고 나오는 것인데 현재 한국불교는 교학적인 토대가 매우 취약하다”며 “특히 조계종은 간화선(看話禪) 일변도인데, 이는 신비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깨달음은 교학으로만 채울 수 없다”
선원은 물론이고 종단 내에서도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 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개편안이 종단의 가풍과 현장 고민을 담지 못했으며 종단의 선수행 풍토를 크게 위축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전(前) 간부는 “개편안은 한국불교의 선종 전통을 뿌리째 흔드는 시도”라며 “종단은 스님들이 승가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이번처럼 상명하복식의 종풍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원 인제군 백담사 무금선원장 신룡 스님은 “중물을 들이고(승려로서 적응하게 하고) 공심(公心)을 키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선을 장려해야 한다”며 “대중과 불자에게 불교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더욱 참선을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선원수좌회 전 대표 혜국 스님은 “우리 불교는 선수행을 통해 체험하는 종교의 성격이 강하다. 눈과 귀로 듣는 교육은 한계가 있다. 참선을 통해 직접 우주와 자연을 느끼는 실참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발이 계속되자 현응 스님은 “개편안은 11월 중앙종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교육 현장과 충분한 논의와 조율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처님오신날(21일) 이후 전국적으로 반대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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