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용준-시인 백석… 60여년 전 글 17편 찾았다

  • Array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근대서지’ 창간호서 공개


“내가 연미오십(年未五十·50세가 되지 않음)에 두독(頭禿·머리가 벗어짐)한 탓으로 그랬는지 사십이 넘으면 ‘옹’자를 붙인다 하여 그랬는지 모르나…청춘이 구만리 같은 나에게 ‘옹’자를 붙이다니…그가 키 값을 하려고 그러는지 멀쩡한 청춘을 보고 ‘근원옹(近園翁)’ 어쩌고 하는 것만은 공대(恭待)가 지나쳐 화가 벌컥 날 지경이다.”

한국화가이자 수필가인 근원 김용준(1904∼1967)이 1949년 ‘주간서울’에 화가 김환기에 대해 쓴 ‘키다리 수화(樹話) 김환기론(金煥基論)’이란 글의 일부다. 김환기에 대해 “그의 화(畵)와 문(文)은 요외(料外·의외)로 감각이 예리하고 색채가 풍부하고 범속한 데서 한층 뛰어난 짓을 곧잘 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자신을 ‘근원옹’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농담 섞인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이 산문은 최근 근대서지학회에서 펴낸 반연간지 ‘근대서지’(소명출판) 창간호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근대서지’는 당시 여러 출판물, 보도매체에 실렸던 김용준의 산문 16편과 시인 백석(1912∼1995)의 짤막한 수필도 발굴해 함께 수록했다.


백석의 수필 ‘당나귀’는 1942년 ‘매신사진순보(每新寫眞旬報)’에 실린 것으로 싸리단을 내려놓고 잠시 쉬는 당나귀를 ‘길손’으로 묘사한 글이다. 여기서 당나귀는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인간을 가엾이 여기며 들판을 걸어가는 초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밖에도 영국 동화작가 에이미 르 페브르의 ‘테디의 단추’를 번역한 ‘자랑의 단추’(1912년 출간) 영인본 등의 발굴자료가 실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