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츠마이어가 부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노래 ★★★★☆ 반주 ★★★★ 플루트 ★★★☆
바리톤 볼프강 홀츠마이어 씨(오른쪽)가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디어드리 브레너 씨의 반주에 맞춰 손으로 가사 내용을 표현하며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조직위원회
오스트리아의 바리톤 볼프강 홀츠마이어 씨(58)는 1990년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겨울 나그네(원제 Winterreise·겨울여행)’ ‘백조의 노래’ 등 슈베르트의 3대 가곡집 음반을 필립스 레이블로 내놓아 정교한 해석과 섬세한 음색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한 행사로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체임버홀에서 20곡에 이르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전곡 리사이틀을 펼쳤다.
리사이틀 전반부에는 플루티스트 파트리크 갈루아 씨와 피아니스트 장클로드 반덴 아인덴 씨가 슈베르트 ‘시든 꽃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했다. ‘아름다운…’ 중 18번째 곡 선율을 변주곡 형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갈루아 씨는 목재로 만든 현대의 뵘식 플루트로 연주했다. 장피에르 랑팔의 수제자로서 프랑스 플루트 전통을 잇고 있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영미 계통의 두터운 플루트 소리 대신 비브라토를 자제한 가벼운 전원풍의 소리를 그는 선보였다. 주제 제시부에서는 취구부(吹口部) 옆으로 흩어지는 숨소리를 의식적으로 노출해 실연당한 젊은이의 허탈한 마음을 표현했다.
후반부에 무대에 오른 볼프강 홀츠마이어 씨의 음성은 40대였던 1990년대의 음반에 비해 한결 윤택해졌다. 테너를 연상시키는 높은 공명점을 가졌으며 모든 음역에서 힘들이지 않고 소리를 냈다. 가사 한 음절 한 음절을 정교하게 연마하는 표현력도 인상적이었다. 속삭이는 소리에서도 단어의 의미에 따라 입 공간의 크기가 달랐다. 감정을 표현하는 제스처도 다양했다. 물레방아를 뜻하는 ‘R¨ader’에서는 오른손을 둥글게 돌려 방아를 표현했다.
이 가곡집의 대부분에 걸쳐 반주부(피아노)는 ‘시냇물’이라는 의인(擬人) 캐릭터를 소화하며 독창자와 대화한다. 반주를 맡은 디어드리 브레너 씨는 독창자와 흠 없는 호흡을 이뤘다. ‘사냥꾼’에서 독창자가 ‘멧돼지(Eber)나 쏴라’라고 외치기 직전 감정을 가다듬듯 멈칫하는 부분도 반주부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었기에 한층 강력한 표현이 전달됐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이 가곡집 특유의 리듬과 이를 처리하는 홀츠마이어 씨의 소리에 본디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로?’등 잔잔하게 흐르는 곡에서는 유연하게 넘어갔지만, ‘나의 것’ ‘시샘과 자랑’ 등 한마디 안에서도 강세가 두드러지는 곡에서는 맺고 끊음이 아쉬웠다. 2010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18일 폐막공연으로 끝을 맺는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i: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폐막공연=1만∼4만 원. 오후 7시 반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 슈베르트 현악5중주 C장조, 8중주 F장조 등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제시카 리, 첼리스트 조영창 양성원, 비올리스트 최은식 김상진 씨 등 출연. 02-712-4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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