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뮤지컬 ‘대장금’이 초연의 혹평을 딛고 고궁으로 무대를 옮긴 지 3년. 고궁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 ‘환골탈태’라는 찬사도 나왔지만 인물 설정과 주제 의식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2010년판 ‘대장금’은 두루 균형감을 갖춘 작품이다. “주인공이 대장금인지 조광조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조광조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컸던 이전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 조광조(김태훈)는 조역으로서 적당한 비중이 실렸다. 중종반정을 이끈 공신 오겸호(임형철)의 역할도 앞선 무대에서는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알맞게 무게가 잡혀 조광조와의 갈등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다 보니 정치투쟁에 그치지 않고 리더십에 대한 성찰로 주제가 모아졌다.
장금의 극적인 인생 묘사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장금 역으로 리사, 다나 씨가 출연한 이번 ‘대장금’에서 수라간 상찬나인이 되는 전반부와 의녀로 거듭나는 후반부 어느 한쪽도 처지지 않았다. 원작 드라마가 역경을 이겨가는 여인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뮤지컬은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시대를 조망했다. 뮤지컬 ‘대장금’은 하나의 콘텐츠를 갖고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사례가 됐다.
관객 중 외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을 배려한 자막이 줄거리만 간단히 보여주는 데 그쳤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송스루(대사를 거의 하지 않고 노래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 형식인 만큼 노래 내용을 자막으로 보여줬더라면 외국인들이 더 수월하게 이해했을 법하다. 예년에 비해 쌀쌀한 날씨 때문에, 준비된 담요를 두르고도 내내 몸을 웅크리고 있는 관객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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