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다큐 사운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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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배경음악 시청자에 알리고… 음악감독이 직접 만들어… 음반 발매도

세계테마기행 사진 제공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 제공 EBS
《여행 프로그램 KBS1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EBS ‘세계테마기행’의 홈페이지에는 매주 선곡표가 올라온다. 방송 배경 음악을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많아 제작진이 알려주는 것이다. 이국 풍경을 다루는 이 프로들은 국내 시청자들에겐 낯선 지역의 민요나 가요를 선곡해 영상에 어울리게 넣고 있다. 4월 17일 방영된 ‘걸어서…’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편에는 이 나라의 인기 밴드 ‘하리 마타 하리(Hari Mata Hari)’의 노래 ‘아즈라(Azra)’가 흘러나왔고, 호주 시드니 편(4월 10일 방영)에서는 호주의 포크 듀오 ‘앵거스 앤드 줄리아 스톤’의 ‘웨이스티드(Wasted)’가 들렸다. ‘세계테마기행’은 3월 말 중앙 안데스 편을 방송하면서 이 지역 구전민요인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방송사들 HD TV 걸맞은 교양프로 제작 늘면서
‘고화질 영상-고품격 음악’ 시너지 효과 극대화


3월 방영된 KBS1 다큐멘터리 ‘동물의 건축술’은 작곡가 겸 래퍼 MC스나이퍼가 음악감독을 맡아 다큐의 모든 음악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 3월까지 방영된 KBS1 다큐 ‘누들로드’ 역시 작곡가 겸 가수 윤상이 음악감독을 맡아 모든 음악을 제작했다. 윤 음악감독은 전자음과 월드뮤직을 적절히 조화해 국수를 만드는 생동감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누들로드’의 배경음악이 인기를 끌자 다큐로는 이례적으로 OST 음반도 발매됐다. MBC ‘아마존의 눈물’과 ‘북극의 눈물’의 음악은 영화 ‘올드보이’ ‘그해 여름’ 등에 참여한 영화음악감독 심현정 씨가 제작했다.

이처럼 교양프로그램들이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등을 배경음악으로 쓰던 데서 나아가 숨은 민속 음악을 발굴하거나 아예 별도의 곡을 만드는 등 배경음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걸어서…’는 PD 한 사람이 기획 촬영 연출 편집을 모두 하지만 배경음악은 19년 경력의 오미자 음악감독에게 5년째 맡기고 있다. PD가 촬영지에서 현지 음악 CD를 10여 장씩 보내오면 오 감독이 영상과 현지의 정서를 고려해 선곡이나 편곡을 한다. 2002년 캐나다에서 음악을 공부하며 알게 된 세계 곳곳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연락해 자문하기도 한다. 오 감독은 “시청자의 눈과 귀가 과거보다 고급스러워졌다. 영상만으로는 100% 표현하지 못하는 여행지의 느낌을 음악으로 보충해 완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이 프로의 이석진 CP는 “1시간의 방송 분량 가운데 음악을 입힌 풍경 영상을 1분 분량씩 총 3번 정도 집중적으로 넣을 만큼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고화질(HD) TV가 보급돼 화면에 걸맞은 음향을 원하는 시청자가 늘어난 것도 교양프로 제작진이 배경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세계테마기행’의 김형준 PD는 “TV 화면이 커지면서 인물을 가까이에서 찍기보다 원거리에서 풍광을 찍고, 촬영지의 바람소리까지 따로 녹음해와 화면에 덮어씌울 정도로 사운드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동물의 건축술’에서 MC스나이퍼는 말벌의 전투 장면, 흰개미가 집 짓는 장면 등에서 빠른 비트의 개성 있는 음악을 사용해 시청자의 집중도를 높였다. 이 프로의 배용화 PD는 “영상물의 홍수 속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영상과 음악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며 “동물들이 집 짓는 모습에 어울리는 경쾌한 음악을 넣고 싶어 MC스나이퍼에게 자체 음악 제작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낯설었던 지역의 해외 촬영이 늘어나면서 현지 환경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음악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아마존의 눈물’의 김현철 PD는 “아마존 대자연의 소리는 기존 음악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들어 아예 배경음악을 새로 제작했다”며 “기존 다큐음악의 정형화된 틀을 뛰어넘기 위해 실력 있는 영화음악감독을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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