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인 10여명, 阿시인 시집 출간 위해 모금
매년 두 명씩 시집 내주고 초청낭독회 갖기로
2010년 월드컵이 열리는 아프리카 대륙. 한국 시인들이 아프리카 시인들의 시집 출간을 돕기 위해 뭉쳤다. 모임 이름은 ‘아시낭모’. ‘아프리카 시를 낭독하는 모임’이란 뜻이다.
참여 시인은 문인수, 이하석, 황학주, 송재학, 장관옥, 김선우, 장석남, 김경주 시인 등 10여 명. 이들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시집 출간 기금 마련을 위한 첫 낭독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어 매달 대구, 광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시 낭독회를 열고 기부금을 모아 매년 아프리카 시인 두 명의 시집을 1000부씩 출간해 줄 계획이다. 언어는 아프리카 공용어의 하나인 스와힐리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의 시인들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얼까. 문명과 개발의 때를 타지 않은 생생한 원시성은 이들의 시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요소다. 황학주 시인은 수차례 아프리카를 방문하며 아프리카를 노래한 시뿐만 아니라 산문집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 마사이와 걷다’를 썼다. 그는 “아프리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후진국이라고 생각하고 마는데 시인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태도를 간직한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라며 “언어나 초원 등에서 엿보이는, 경계를 넘나드는 애매모호함은 그 자체로 풍요로운 상상력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계몽의 대상, 원조의 대상 정도로만 보려는 데 대한 비판과 아쉬움도 작용했다. 김이듬 시인은 “피상적인 수준이 아니라 그 공동체 자체를 이해하려면 결국 정신문화의 산물인 예술을 이해하고 공유해야 한다”며 “아프리카라는 낯선 공간을 이해하고 공유지점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세상을 이해하고 다가서려 하는 시인의 마음과 닮아 있는 것 같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아프리카에 다가서는 방법은 시다. 직접 시를 쓰기도 하지만 아프리카의 정신을 생생히 구현하고 있는 아프리카 시인들의 시 창작을 돕기로 한 것이다. 문인수 시인은 “시집 한 권을 냈을 때의 기쁨이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오랫동안 시를 쓰면서도 시집 한 권 갖지 못했던 분들이 시집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아프리카의 예술과 정신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스와힐리어는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언어. 그러나 아프리카 문인들은 주로 영어, 프랑스어 등 식민종주국의 언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황 시인은 “언어만큼 문화를 잘 담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한 언어가 위협받는 건 아프리카의 정신뿐 아니라 세계인의 정신과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기업체나 단체 지원이 아니라 한국 시인들이 소박하게 마음을 모은 일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낭모’ 시인들은 시집 출간을 지원할 아프리카 시인 두 명을 6월 중 선정한다. 올해 말 시집을 출간해 전달하고 이어 내년부터는 선정 시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시 낭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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