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조지아 해안, 유럽 북부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해안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인천 옹진군 장봉도 갯벌에는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날아오고, 충남 서천군 갯벌에서는 맛조개와 바지락이 많이 난다. 갯벌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짱뚱어는 전남 순천만처럼 깨끗한 갯벌을 좋아한다. 두 눈이 머리 꼭대기에 뽈록 튀어나와 있고 눈 사이가 좁아 우스꽝스럽다. 짱뚱어는 늦가을이면 갯벌 속 깊이 들어가 늦은 봄까지 겨울잠을 잔다고 해서 ‘잠퉁어’라고도 한다. 수컷들은 짝짓기 철이면 등지느러미를 날개처럼 활짝 펴고 30cm 이상 펄쩍 뛰어오른다. 말뚝에도 잘 올라간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말뚝망둥어는 짱뚱어 알을 훔쳐 먹기도 한다.
집게는 갯바위 물웅덩이에 주로 산다. 고둥이 발발대면서 움직인다 싶으면 그건 틀림없이 집게다. 집게는 빈 고둥 껍데기 속에 들어가 살기 때문이다. 집게는 다른 게와 달리 단단한 등딱지가 없어 부드럽고 약한 몸을 지키기 위해 고둥 껍데기 속에 집을 짓는다. 집게는 몸이 자랄 때마다 더 큰 집을 찾아 이사한다. 제주도에서는 ‘거들레기’라고 부른다.
갯벌을 썩지 않게 하는 일등공신은 갯지렁이다. 갯지렁이가 사방팔방 파 놓은 구멍으로 신선한 공기와 바닷물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갯지렁이는 고운 모래를 먹고 똥을 눈다. 먹이만 걸러 먹고 나머지는 똥으로 내보내 갯벌을 정화한다. 흰이빨갯지렁이 가운데는 길이가 2m 넘는 것도 있다. 집갯지렁이는 조개껍데기 조각이나 모래알을 끈끈한 체액으로 붙여 관을 만든다. 집갯지렁이는 이 관을 통해 갯벌 속으로 들락날락한다.
저자와 삽화가가 2년 동안 곳곳의 갯벌을 찾아다니며 글과 그림으로 생명의 현장을 기록했다. 각종 생물과 가을 단풍이 든 칠면초 군락지를 생생하게 묘사한 세밀화가 갯벌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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