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결승 5번기 4국 총보(1∼145) 덤 6집 반 각 3시간
한번 국수를 따면 이름 뒤에 늘 국수 칭호가 따른다. 타이틀을 잃어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국수의 명예와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창호 국수도 50기에서 윤준상 7단에게 타이틀을 잃은 뒤 3기 만에 국수에 복귀했다. 그는 우승 첫 소감으로 “명실상부한 국수가 돼 기쁘다”고 했다. 국수라고 불리는 것에 걸맞게 국수위를 차지했다는 의미였다.
사실 홍기표 4단이 결승까지 올라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국내에서 50위권 밖인 그가 본선에 진출한 것만 해도 괜찮은 성적이라고 봤다. 대진운이 좋았다는 평도 있었다. 그래서 이 9단과의 결승전은 당연히 이 9단의 절대적 우세가 점쳐졌다. 홍 4단이 역대전적에서 1승 1패였고 “이세돌 9단보단 편하다”고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누구나 ‘단판이라면 몰라도 5번기에서 이 9단을 꺾을 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예상은 홍 4단이 1국을 우세하게 이끌다가 졌을 때 딱 들어맞는 듯했다.
하지만 홍 4단은 2국에서 대반전을 이뤘다. 이 9단을 상대로 그야말로 완승을 거둔 것. 보통 강자에게 1국을 지면 쉽게 허물어지기 마련인데 2국의 승리는 뜻밖이었다. 3국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홍 4단은 3국에서 허무하게 무너졌고 4국마저 초반부터 방향 착오로 한 번도 우세한 상황을 만들지 못한 채 완패했다. 이변은 없었다. 4국을 마치고 홍 4단과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는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요즘 젊은 세대다웠다. 53기 국수전은 이 9단이 10번째 국수위 쟁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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